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공개 비판을 이어가자 유럽 지도자들이 발언 수위를 낮추라고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상황에서 양국 갈등이 더 커지면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에 필요한 정보·무기 협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에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16일 브뤼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공개 비판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의 전날 인터뷰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경유 거래를 비판하고, 미국의 정보 지원 중단을 “위험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들과 초부유층에 친밀감을 느낀다고 비판하는 한편, 자신에게 사퇴를 요구한 데에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국 측의 거듭된 요구에도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양국 대립은 공개적인 설전으로 번졌다.
경유 거래와 사퇴 요구 놓고 정면 충돌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가 러시아산 경유 거래에 합의한 것을 두고 러시아의 전쟁 자금 마련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전체 공급량을 480만톤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계획에는 즉시 30만톤 이상, 11월 50만톤, 그 이후 100만톤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유 가격과 물가 안정을 고려해 거래를 추진한 것으로 보도됐다.
| 공급 시점 | 경유 물량 |
|---|---|
| 즉시 | 30만톤 이상 |
| 11월 | 50만톤 |
| 이후 | 100만톤 |
| 전체 합의량 | 480만톤 |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당 거래를 “끝내야 할 전쟁에 대한 투자”라고 비판했고, 푸틴 대통령에게 “부당한 선물”을 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며 우크라이나에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지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럽 정상들, 공개 발언 자제 촉구할 듯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EU 지도자들은 16일 브뤼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을 줄이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EU 정상들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준비 상황을 아는 관계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그것(젤렌스키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를 반드시 공개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유럽 정상들이 당혹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안보 협력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재정 지원을 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보와 무기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안보 협력이 중단될 경우 유럽이 이를 대신할 수단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됐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EU 정상회의 첫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미국과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도 이 문제와 관련해 여러 도전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상황을 개선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그런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소통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보 지원 중단과 군사 협력 우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둘러싼 입장 차이와 함께 최근 빠르게 냉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경유 거래에 합의했고, 유럽에 러시아 국유 자산 동결을 해제하라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정보 지원 중단을 “위험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양국 간 대립 이후 미국이 제공하던 러시아 탄도미사일 조기경보가 갑자기 중단됐고,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에도 예기치 않은 속도 제한이 걸렸다고 원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조기경보와 위성통신을 전쟁 수행에 활용해왔다.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와 무기가 우크라이나의 방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만큼, 유럽 정상들은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끊기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에 재정 지원을 중단했지만, 무기 공급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국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출범 직후인 지난해 2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에도 충돌을 빚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군복 차림을 지적하고 “미국에 고마운 줄 알라”고 말했다. 충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유럽 주요 정상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이탈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고,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 했다.
브뤼셀서 잇단 양자 회담…유럽 지원도 모색
젤렌스키 대통령은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 지도자들과의 접촉을 이어갔다. 그는 브뤼셀에 도착한 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차례로 양자 회담을 했다. 원문은 미국과의 대립이 커진 가운데 유럽의 군사·재정 지원을 확보하려는 행보라고 전했다.
투스크 총리는 회담에 앞서 소셜미디어에 “친애하는 우크라이나 친구들, 그리고 젤렌스키 대통령님! 분명히 말하지만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러시아의 공세와 미국의 압박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EU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미국과의 협력 유지에 관한 입장을 함께 전달할 것으로 보도됐다.
16일 브뤼셀 회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지원 의사를 확인하는 자리인 동시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공개 발언을 낮춰달라고 요청하는 자리로 마련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유럽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진행했고, EU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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