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국회 의결 요건과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 파면 판단 기준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당 유튜브 방송에서 “모든 방법과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권은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 거부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 침해 등을 탄핵 사유로 거론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업무추진비 처리 의혹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실제 소추 여부와 헌재의 인용 여부는 별개의 절차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조 대법원장은 심판이 끝날 때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없고, 파면 여부는 헌법·법률 위반과 그 중대성을 따져 결정된다.
여권이 거론한 사유와 국회 의결 요건
민주당이 문제 삼는 사안 가운데 하나는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둘러싼 갈등이다. 여권은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일방적으로 제청한 뒤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도 탄핵 사유로 거론한다. 대법관 공석이 이어져 재판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여권의 주장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점도 사유로 언급됐고, 업무추진비의 편법 처리 의혹 역시 제기됐다. 이들 주장은 탄핵 사유로 제시된 내용이며, 위헌·위법 여부와 파면할 정도의 중대성은 헌재 심판에서 별도로 다뤄지게 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도 당내에서 탄핵 사유로 거론된다. 조국혁신당은 대법관 격려금 지급과 업무추진비 부당 지출 의혹 등을 추가한 탄핵소추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19일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도 공개 발언을 통해 대법관 임명권 문제와 증인 선서 거부 등을 탄핵 사유로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경우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과, 탄핵 추진에 앞서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탄핵 추진에 반대하면서 민주당을 향해 탄핵안을 발의하라고 맞섰다.
국회에서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소추와 비교하면 발의·의결 요건이 다르다. 참고 기사에서 제시한 국회 의석수 300명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다음과 같다.
| 대상 | 발의 요건 | 의결 요건 |
|---|---|---|
| 대법원장 | 100명 이상 | 151명 이상 |
| 대통령 | 151명 이상 | 200명 이상 |
대법원장 탄핵은 대통령 탄핵과 달리 재적의원 과반 발의가 필요하지 않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조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는 헌재의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정지된다. 따라서 국회에서 소추안이 가결되는 단계와 헌재가 파면을 결정하는 단계는 구분된다.
국회 의결 뒤 헌재 전원재판부 심리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 자격으로 헌재에 소추 의결서를 제출한다. 헌재는 의결서를 접수한 뒤 주심 재판관을 지정해 심리에 들어간다. 탄핵심판은 재판관 9명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가 담당한다. 재판관들은 비공개 평의에서 사건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재판 일정을 논의한다. 심판 절차에는 형사소송법이 준용된다. 변론기일은 공개하며 구두변론으로 진행한다. 심판 과정에서 당사자와 소추위원을 변론기일에 부르지만, 당사자가 두 차례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면 파면 결정이 내려진다.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청구를 기각한다. 이 절차는 국회가 소추안을 의결했다고 해서 곧바로 파면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뜻한다. 국회는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소추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파면할 사안인지는 헌재가 심판한다.
조 대법원장의 남은 임기도 관련 변수로 거론됐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대법원장 정년은 70세이며, 1957년 6월 6일생인 조 대법원장은 2027년 6월 5일까지 직을 수행할 수 있다. 같은 기사들은 180일 이내 결정을 정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이 훈시규정으로 해석돼 심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전했다. 따라서 탄핵심판의 실제 결론 시점은 국회 의결 시기와 심리 진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직무가 정지될 경우에는 선임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을 대행하는데, 권한대행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수 있는지는 법률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재가 따지는 위반의 중대성
헌재가 파면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청구인의 헌법·법률 위반이 있었는지뿐 아니라 그 위반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살핀다.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영향과 파면을 통해 얻을 헌법 수호의 이익 등을 함께 따진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의 소추를 인용하려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당시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그러나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 의사를 인정할 수 없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며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반대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최순실의 사익 추구 지원과 비상계엄 등에 관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인정돼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도 비상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와 선거관리위원회 경찰 배치가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판단을 받아 파면됐다. 반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전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에서는 법 위반 여부 또는 위반의 중대성이 인정되지 않아 청구가 기각됐다. 헌재 결정례는 위법 여부와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성을 나눠 판단해 왔다.
법관 탄핵에서는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 판단 요소로 언급됐다.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은 심리 도중 임기가 끝나 파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당시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은 “재판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신뢰 훼손은 사법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도가 현저한 경우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가 실제 심판에 회부되면, 제기된 행위가 헌법·법률 위반인지와 그 위반이 대법원장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인지가 각각 판단 대상이 된다.
전문가 견해 엇갈려…직무 정지 우려도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 대법원장에게 제기된 사유의 위법성과 중대성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관 재제청 거부와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헌법·법률 위반사항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도 재제청 거부, 파기환송 판결, 업무추진비 논란을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법관 탄핵에선 사법부 독립에 대한 신뢰를 저버릴 정도로 중대한 위반이 인정돼야 한다”며 법 위반만으로 파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관 공석으로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위헌·위법 행위가 있다고 보면서도,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로는 헌재가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될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반면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명백히 제청 부작위에 의한 헌법 위반”이라며 중대한 위반으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견해는 재제청 거부가 위헌인지, 위헌이라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지에서 나뉜다.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대법원장 직무 정지와 전원합의체 재판에 미칠 영향도 거론됐다. 김대환 교수는 “탄핵소추 자체가 사법부 독립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며 “법관들이 정치적인 사건을 양심을 갖고 제대로 독립된 재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창현 교수는 “급한 것이 아니면 대법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전합 절차를 진행하겠느냐”며 직무 정지 기간 주요 재판이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법원장 직무 정지로 전원합의체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과,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논의는 현재 추진 가능성을 열어 놓은 단계다. 조국혁신당은 19일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관련 사유와 경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실제 소추안이 발의·의결될지, 헌재 심판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향후에는 국회 논의와 함께 제기된 사유의 사실관계, 헌법·법률 위반 여부, 파면에 필요한 중대성이 절차에 따라 다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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