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말 시위에 대비해 배치되는 경찰 (사진= 연합뉴스 제공)

프랑스 정부가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이번 주말 전국에 경찰 등 7만명을 투입한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소셜미디어에 급진 극좌 세력이 폭력과 약탈을 선동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며 폭력 행위자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테러 작전에 투입되는 특수정예팀과 헬기, 드론, 장갑차, 물대포 차량을 동원하고 공공시설 경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일부 지역은 시위를 금지하거나 허용 구역을 제한했다. 이번 시위는 열악한 교육 여건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집회에서 출발해 공공부문 투자 부족과 고물가에 대한 항의로 번졌다. 정부의 집회 제한에 학생·노조·좌파 단체와 국제 인권단체가 반발하는 가운데, 파리 상점과 문화시설도 주말을 앞두고 대비에 들어갔다.

경찰 7만명 동원…장갑차·물대포 차량도 투입

뉘녜즈 장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고위 안보 당국자들이 참석한 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폭력과 약탈을 부추기는 급진 극좌 세력의 게시물이 돌고 있다고 주장하며 “폭력을 저지르는 폭도와 약탈꾼들에게는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4일을 포함한 주말 시위에 대응해 전국 경찰과 헌병 약 7만명을 배치할 방침이다. 경찰노조 UNSA의 티에리 클레르 사무총장은 수도 파리뿐 아니라 전국에서 대규모 경찰 작전이 진행될 것이라며 경찰관 상당수가 휴무일을 반납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소 75%의 경찰력이 동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테러 작전에 투입되는 특수정예팀은 시청 등 공공시설 보호를 지원한다. 헬기와 드론, 장갑차 약 20대, 물대포 차량 15대도 배치 대상이다. 정부는 앞선 주말보다 경찰력을 20% 늘린다는 방침도 밝혔다. 당국이 공개한 투입 규모는 다음과 같다.

투입·동원 항목규모
경찰·헌병7만명
경찰력 동원 비율75%
장갑차20대
물대포 차량15대

뉘녜즈 장관은 폭력 행위자에 대해 “타협은 절대 없다”라며 “(폭력 행위자를) 단호하게 체포하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당국은 공공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 작전을 전국 단위로 편성하고, 헬기와 드론을 비롯한 장비도 함께 운용할 예정이다. 이번 배치는 지난 주말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진 뒤 이뤄지는 것이다.

지역별 시위 금지·제한…집회의 자유 침해 비판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 사태 재발 방지를 이유로 승인받은 노동조합이 주최하는 시위 외에는 모두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각 지역 당국도 시위 금지령이나 장소 제한을 내놨다. 남동부 리옹에서는 주말 시위가 금지됐고, 파리에서는 바스티유 광장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향하는 제한된 경로의 행진만 허용됐다. 마르세유 당국은 전날 시위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가, 지역 당국의 승인을 받은 노동조합이 조직하는 시위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서도 도심 시위를 제한하는 조치가 이어졌다.

정부 조치에는 좌파 정당과 학생, 노동조합뿐 아니라 국제 인권단체도 비판을 제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평화로운 시위 권리를 위태롭게 하며 권위주의 관행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 장뤼크 멜랑숑은 “시민 자유가 혼란에 빠진 행정부에 협상카드가 될 순 없다”며 “시위를 금지하고, 누가 시위할 권리가 있는지 고르고, 지역 차원에서 통금을 부과하는 것들은 권위주의와 민주주의를 가르는 선을 하나 하나 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생 단체와 노조도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시위 제한은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적용된다. 파리 행진은 허용 구역이 한정됐고, 리옹에서는 집회 자체가 금지됐다. 마르세유에서는 전면 금지 방침이 수정돼 승인된 노조가 주최하는 시위에 한해 예외가 인정됐다. 시위 참가 단체와 주최 주체에 따라 집회가 허용되는지를 가르는 정부 방침에 대해 멜랑숑 대표와 국제앰네스티가 각각 비판 입장을 냈다. 당국은 이번 주말 현장 상황에 맞춰 경찰과 장비를 배치할 계획이다.

학생 시위에서 생활비 항의로 확산…대통령, 대표단 면담

이번 시위는 열악한 교육 여건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집회에서 시작됐다. 이후 공공부문 투자 부족과 고물가에 항의하는 움직임으로 확산했다. 지난 17~18일 시위에서는 전국적으로 50만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현지 보도됐다. 일부 시위대가 공공건물에 들어가고 상점 약탈과 방화가 발생했으며,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이어졌다. 프랑스 법무장관은 지난 주말 시위 당시와 이후 체포된 사람이 약 2700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217명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으며, 약 1000명에 대한 기소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학생 시위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학생 대표들과 직접 만나 요구사항을 들었다. 학생 단체 ‘고등학교 쇄신’의 나타나엘 콩바리 회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경청하는 태도였다고 평가하면서도, 학생들은 26일 르코르뉘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제시될 정부 방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콩바리 회장은 “우리는 만족하지 못한다”라며 학생들에게 계속 시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26일 학생 단체와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나이지리아와 세네갈 순방 계획을 연기했다. 시위와 약탈 가능성에 대비해 파리의 상점들은 출입구와 유리창에 나무판을 덧대고 있다. 프랑스상공회의소 알랭 디 크레센조 회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 상인들이 야구방망이와 쇠지렛대, 엽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전하며 “(무력 충돌이) 너무나 우려된다. 그건 그들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리 도심 총포점에서는 지난 주말 이후 최루액 분사기를 찾는 고객이 평소보다 8~10배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제품 가격은 최루 분사기가 50유로 안팎, 권총형 최루액 발사기가 500유로 수준으로 소개됐다.

오를레앙서 국민연합 대회…맞불 집회도 예고

이번 주말에는 오를레앙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연례 전당대회도 열린다. RN은 내년 대선 유력 주자인 마린 르펜이 사실상 이끌고 있다. 이에 맞서 극좌 단체와 반인종주의 단체 등이 집회를 예고했다. 원문에 따르면 오를레앙에서 열릴 RN 반대 집회에는 2만~3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며, 지역 행정관은 도심에서 시위가 금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현지 보도는 노동조합과 좌파 정당, 학생·인종차별 반대 단체 등이 전당대회에 맞춰 시위를 예고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시위가 예정된 지역의 집회 제한과 경찰 배치를 함께 시행한다.

파리에서는 시위 대비 조치로 주요 문화시설도 문을 닫는다. 프랑스 문화부는 24일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 피카소미술관, 그랑팔레를 휴관한다고 밝혔다. 그랑팔레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파리는 주말 일정을 취소하고 당초 계획보다 이틀 앞당겨 23일 행사를 끝내기로 했다. 세계 각국 갤러리 211곳이 참여한 행사다.

당국은 오를레앙 도심의 시위 제한을 예고했고, 극좌·반인종주의 단체들은 RN 전당대회에 맞춘 집회를 예고했다. 파리에서는 바스티유 광장 출발 행진이 제한된 경로에서 허용되며, 리옹과 마르세유 등에서는 지역별 금지·예외 규정이 적용된다. 경찰과 헌병 약 7만명은 주말 동안 전국에 배치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6일 학생 단체와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르코르뉘 총리의 논의와 정부 방안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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