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해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만났다. 김 위원장은 25일 항미원조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들을 추모하고, 왕 주석과 북중 간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왕 주석이 항미원조기념관 광장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해 일정을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지난해 9월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뒤 1년 1개월 만이며, 여섯 번째 방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단둥에서 항미원조기념탑 헌화와 기념관 관람, 왕 주석과의 회담, 자동차 공장 시찰을 한 뒤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떠났다.
항미원조 기념일 앞두고 단둥 방문
김 위원장은 단둥 방문 목적을 중국인민지원군 열사 추모와 항미원조 영웅들에 대한 감사·경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역사적 시기에 생명과 피로 조선을 지원한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을 추모하고, 항미원조 영웅들에 대한 조선 측의 진심 어린 감사와 영원한 경의를 표하고자 이번에 단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항미원조는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뜻으로 중국이 6·25전쟁 참전을 일컫는 표현이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왕 주석은 단둥의 항미원조기념관 광장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 두 사람은 항미원조기념탑을 찾아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헌화했다. 화환 리본에는 한글로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참석자들은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을 위해 묵념했고, 현장 분위기는 장엄하고 엄숙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헌화 뒤 화환 앞에 잠시 멈춰 리본을 정리했다. 이후 기념관에 들어가 중국인민지원군 전투와 관련된 유물과 자료를 관람했고, 친필 글귀가 담긴 역사 사진을 기념관에 선물했다. 방문은 항미원조 기념일인 25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올해가 북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왕후닝과 경제협력 확대 뜻 확인
김 위원장은 왕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북한의 사회주의 사업을 지원해 온 데 감사를 표하고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중국이 조선(북한)의 사회주의 사업을 지원하고 도와준 데 대해 감사하며, 양측의 협력 전망은 매우 넓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함께 역사적 우의를 계승하고 실무 협력을 확대해 양국 인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주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총서기 동지의 영도 아래 중국이 발전 성과를 거두고 국제적 지위를 얻은 데 대해 경탄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시 주석의 북한 방문에 대해서는 북중 관계를 중시한 방문이며 양국 관계의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올해가 조약 체결 65주년이라는 점을 들어 오랜 협력 관계를 언급하고, 중국과 실무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왕 주석은 김 위원장의 방문이 북중 간 전통적 우의를 이어가고 우호적인 민심을 공고히 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조(북중)의 전통적 우의를 이어가고 우호적인 민심을 공고히 하는 것이자, 정치적 상호 신뢰를 심화하고 협력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것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또 “중조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을 계기로 인적 왕래와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고, 양국 인민에게 더 나은 혜택을 가져다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회동은 공개되지 않아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서 시 주석과의 회동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계기로 베이징을 찾은 뒤 약 1년 1개월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했지만, 중국 관영 매체가 보도한 단둥 일정에는 왕 주석과의 만남이 담겼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지 않고 중국을 떠난 것이 이번이 처음인지는 비공개 회동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당초에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영접하고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시 주석은 다음 주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 이른바 20기 5중전회를 앞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왕 주석과의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중국의 발전 성과와 지난 6월 시 주석의 방북을 언급했다. 양측이 공개한 일정에는 시 주석과의 만남이 포함되지 않았다.
회담에는 양측의 외교·당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북한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부장, 최선희 외무상, 조용원 노동당 비서가 배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류하이싱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이 참석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한국 정부 소식통이 김 위원장과 만났다고 전한 리창 국무원 총리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자동차 공장 둘러본 뒤 신압록강대교로 이동
김 위원장은 왕 주석과 함께 단둥의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생산 작업장을 시찰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김 위원장이 공장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관련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자동차 제조 공장을 방문한 사실은 이번 일정 가운데 경제 분야와 관련해 공개된 주요 내용이다.
신압록강대교는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다리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다리는 2014년 완공됐지만 북한 측 연결도로와 통관시설 건설 등이 지연돼 개통이 미뤄졌고, 24일 보도 시점 기준 지난 15일 공식 개통했다. 왕 주석은 다리 개통을 양국 간 인적 왕래와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왕 주석이 신압록강대교까지 나가 김 위원장을 배웅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단둥을 떠났으며, 공개된 일정에는 이후 다른 방중 행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방문에서 중국 측이 공개한 내용은 항미원조기념관과 기념탑 방문, 왕 주석과의 회담, 자동차 공장 시찰, 신압록강대교를 통한 이동이다. 북한과 중국은 25일 항미원조 기념일을 맞는다.
중국은 다음 주 20기 5중전회를 앞두고 있으며, 북중 양측은 올해 조약 체결 65주년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단둥에서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왕 주석과 경제·무역 협력 확대를 논의한 뒤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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