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앳된 얼굴에 짧은 머리를 한 동자가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힌 채 위를 바라본다. 시선이 향한 곳은 문수보살이다. 문수보살에게 배움을 청하는 선재동자를 표현한 강원 평창 상원사 목조선재동자상이다.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동자 성보를 모은 기획전 ‘동자동행(童子同行), 작은 몸에 담긴 세계’가 28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개막했다. 불상과 불화에서 주존 뒤에 가려져 있던 동자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로, 보물 6건과 유형문화유산 16건을 포함해 모두 47건 93점이 소개된다. 박물관은 동자를 주제로 한 전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전시에는 동자가 등장하는 불교 조각과 회화, 공예 등이 함께 나왔다. 동자는 불교에서 단순히 어린아이를 가리키는 존재가 아니다. 진리를 찾아 나서는 구도자이자 부처와 보살을 가까이 모시는 시자이며, 명부 세계에서는 생전에 지은 선악을 기록하거나 업의 무게를 재는 일을 돕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시는 이처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동자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도록 구성됐다.
| 전시 현황 | 규모 |
|---|---|
| 전체 전시품 | 47건 93점 |
| 보물 | 6건 |
| 유형문화유산 | 16건 |
배움을 청하는 선재동자
불교 경전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동자는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하고 배움을 실천하는 구도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자다. 상원사 문수보살상 곁의 목조선재동자상은 문수보살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은 이 상에 대해 “천진함과 구도의 열정이 함께 어우러져 표현돼 이번 전시의 핵심이 담겨있는 성보”라고 말했다. 이어 “관람객이 선재동자와 눈을 맞추고 사색과 명상을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선재동자는 남쪽으로 순례를 떠난다는 뜻에서 남순동자로도 불린다. 상원사에는 17세기에 제작된 목조남순동자상과 목조선재동자상도 전해진다. 같은 인물을 두 상으로 표현한 까닭은 법을 청하는 초발심의 순간과 깨달음의 순간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신지아 학예사가 설명했다. 전시에 나온 동자상과 회화 속 선재동자는 관음보살이나 문수보살 등과 함께 등장해 선지식 앞에서 가르침을 청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들 작품에서 동자는 보살 곁에 놓인 인물에 그치지 않고, 진리를 찾아 나서고 배우는 주체로 표현된다. 상원사 목조선재동자상은 문수보살상과 마주한 배치와 동자의 몸짓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성보다.
나한을 모시고 명부에서 기록하는 동자
동자는 보살 곁에서 가르침을 구하는 구도자뿐 아니라 나한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시자로도 나타난다. 송광사 응진당 십육나한도와 진관사 십육나한도에는 나한 곁에서 약을 달이거나 거북이를 가지고 노는 동자들이 담겼다. 이들은 나한을 시봉하는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그림 속에서 각기 다른 행동을 한다. 나한을 중심으로 구성된 회화 안에서 동자는 주변 인물로 등장하지만, 약을 달이고 거북이와 노는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화면에 여러 모습과 움직임을 더한다.
옥천사 시왕도와 화계사 목조동자상에서는 선악동자를 볼 수 있다. 선악동자는 망자가 생전에 행한 선행과 악행을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 작품들은 동자가 불교의 여러 장면에서 서로 다른 일을 맡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는 구도자로 그려지는 한편, 나한도에서는 나한의 곁을 지키고 시중드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시왕도와 동자상에서는 망자의 생전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에는 이처럼 불교 회화 속 인물과 목조상으로 표현된 동자가 함께 포함돼, 매체에 따라 달라지는 형상도 살펴볼 수 있다.
머리 모양과 손에 든 물건의 차이
양 갈래로 틀어 올린 머리, 짧은 머리, 댕기 머리 등 여러 형태가 작품에 나타난다. 옷과 신발, 표정도 각기 다르다. 박물관은 특히 조선 후기에 조성된 동자상에서 조각승들의 개성과 자유로운 조형 감각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자가 손에 든 지물도 전시에서 살펴볼 요소다. 동자의 얼굴과 자세만이 아니라 손에 든 물건까지 함께 보면 작품마다 서로 다른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불교 조각과 회화, 공예에 등장하는 동자의 모습을 함께 선보이며, 주존 뒤에 자리하던 동자를 중심에 두고 그 형상과 역할을 살펴보게 했다. 서봉스님은 동자를 “불교가 지향하는 가장 순수하고 숭고한 실천의 표상”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8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9일부터 관람객에게 공개되며 내년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박물관은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달 9일부터 매주 월요일 전시 연계 인문학 강좌를 열 예정이다. 강좌에서는 불교 조각과 회화 속 동자의 다양한 모습과 의미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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