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유족에 따르면 최불암은 29일 밤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해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에서 67년간 활동한 고인은 MBC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시청자에게 이름을 알렸다.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을 14년간 진행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참여했다. 특유의 ‘파하~’ 웃음과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고인의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허리디스크 수술 뒤 재활…입원 치료 중 별세
유족에 따르면 최불암은 29일 밤 10시께 서울 강서구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30일 0시 20분께 빈소가 마련될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내인 배우 김민자와 자녀, 관계자가 응급요원 두 명과 함께 이동했다. 병원 로비에서 만난 관계자는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졌다. 이에 2011년부터 14년간 진행해 온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서 물러났고, 이후 재활에 힘써왔다. 올해 5월 공개된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는 고인의 60여 년 연기 인생을 두 편에 담았다. 당초 최불암도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족이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빈소는 30일 오전 9시부터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유족은 배우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 씨다.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진행되며, 고인이 평생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활동한 뜻을 기리는 장례위원회가 구성된다. 초록우산 황영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이수성·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위원 명단과 역할은 최종 확정 뒤 발표된다.
연극 무대에서 시작해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로
1939년생인 최불암은 인천 제물포구에서 태어났다. 호적상 출생연도는 1940년이다. 서울 중앙고와 서라벌예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연출가를 꿈꿨던 그는 1959년 극단 실험극회에서 연극 ‘햄릿’으로 데뷔했고, 1965년 국립극단 단원이 되면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뽑혀 TV 드라마에 진출했다. 20대였던 그는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노년의 김종서 역을 맡았다.
고인의 이름을 전국에 알린 대표작은 MBC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다. ‘수사반장’에서 박영한 반장으로 출연해 1971년부터 1984년까지, 이어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시청자와 만났다. 작품은 18년간 방송됐으며 한국형 수사물의 시초격으로 꼽힌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을 연기했다. 22년간 이어진 국내 최장수 드라마에서 김혜자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 작품 | 고인의 배역 | 방송 기간 |
|---|---|---|
| 수사반장 | 박영한 반장 | 18년 |
| 전원일기 | 양촌리 김 회장 | 22년 |
| 한국인의 밥상 | 진행자 | 14년 |
김혜자와는 ‘개구리 남편’(1969∼1970)을 시작으로 ‘궁’(2006) 등 여러 작품에서 함께했다. 특히 ‘전원일기’에서 22년간 부부를 연기해 시청자들이 실제 부부로 착각하는 일도 있었다. 최불암은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의 캡틴 박으로도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들과 함께 ‘수사반장’의 형사, ‘전원일기’의 가장을 연기하며 ‘국민 배우’, ‘국민 아버지’로 불렸다.
노역부터 영화·연극까지…작품 폭 넓힌 연기 활동
최불암은 젊은 시절부터 주로 노역을 맡았다. 서른 살 때인 1969년 MBC 개국 드라마 ‘역풍’에서 노인 역을 소화했고, 40대에는 ‘제1공화국’(1981∼1982)과 ‘제2공화국’(1989∼1990)에서 80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여명의 눈동자’(1991∼1992), ‘미망’(1996∼1997), ‘영웅시대’(2004∼2005), ‘궁’(2006), ‘식객’(2008) 등에도 출연했다. 조연이나 노역을 가리지 않고 작품에 참여하며 드라마 활동을 이어갔다.
영화에서도 여러 역할을 맡았다. ‘빛과 그림자’(1967), ‘여마적’(1968), ‘만종’(1970), ‘파계’(1974), ‘영자의 전성시대’(1975), ‘왕십리’(1976), ‘진짜진짜 좋아해’(1978), ‘바람불어 좋은날’(1980), ‘기쁜 우리 젊은 날’(1987)에 출연했다. 이후에도 ‘까불지마’(2004), ‘잠복근무’(2005) 등으로 스크린 활동을 이어갔다. 2018년 4월에는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에 출연해 2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
방송 출연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2018년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 특별 출연했고, 2024년에는 ‘수사반장’의 프리퀄인 MBC ‘수사반장 1958’에 출연했다. ‘수사반장’에서 박영한 반장을 연기한 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관련 작품에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1999년부터 2008년까지 K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진행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며 전국의 밥상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고인의 친근한 이미지는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알려졌다. 고개를 젖히고 ‘파하∼’ 하고 웃는 모습은 트레이드마크가 됐고, 여러 배우와 방송인이 이를 성대모사했다. 1990년대에는 최불암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 유머집 ‘최불암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올해 5월 공개된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는 이 같은 대중적 별칭을 제목에 담아 고인의 60여 년 활동을 다뤘다.
국회의원·명예 경찰…어린이와 청소년 위한 활동
최불암은 연기 활동을 잠시 멈추고 정계에 진출하기도 했다. 1992년 통일국민당 비례대표로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1996년까지 활동했다.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영등포구을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1996년 ‘전원일기’를 통해 연기에 복귀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의 인연도 알려져 있다. 최불암은 정 명예회장의 권유로 통일국민당에서 활동했으며, 드라마 ‘야망의 25시’(1983)에서 청년 정주영을 연기했다. ‘영웅시대’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을 모델로 한 천태산 역을 맡았다.
배우 김민자와는 KBS 드라마 ‘정동마님’ 출연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최불암은 김민자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이를 계기로 KBS로 이적해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연극 ‘환절기’(1968) 등에 함께 출연하며 교제했고, 4년간의 만남 끝에 1970년 결혼했다.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고인은 연기 활동 외에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했다. 미아 찾기와 희소병·난치병 어린이 돕기 특별 생방송에 출연했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과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을 지냈다.
연기와 문화 활동으로 받은 상과 훈장도 있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1974년과 1978년에 받았고, 연극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은 1969년과 1971년에 수상했다. 1978년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 1979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998년 국민훈장 목련장에 이어 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수사반장’으로 경찰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2년 처음 명예 경찰에 위촉됐으며, 2024년 민간인 가운데 처음으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이 됐다.
최불암 측은 “장례는 대한민국 방송과 공연예술에 큰 발자취를 남긴 국민배우를 추모하는 자리이자, 오랜 세월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익을 위해 헌신한 사회공헌가의 삶을 기리는 자리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빈소는 30일 오전 9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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