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 잃은 아픔에 동병상련한 46년, '단짝 고부' 칠덕과 해경의 삶
방송 : 2026년 11월 2일(월) ~ 6일(금) 오전 7시 50분 KBS 1TV
어떤 고부, 칠덕과 해경
세월을 품은 포천의 어느 시골집, 이곳에 꼬부랑 할머니 김칠덕 씨(95)가 살고 있다. 낫을 지팡이 삼아 겨우 걸음을 옮기면서도 기어이 밭에 나가 대추나무 자르고, 콩 따고, 직접 잔디까지 깎는 천생 농부다. 여기에 집에서는 앉은 채로 바닥을 쓸고 닦는 깔끔쟁이 할머니다. 그런 칠덕 할머니 곁을 며느리 목해경 씨(67)가 지킨다. 일 욕심부리는 시어머니와 함께 텃밭을 일구며 고구마, 고추, 들깨 수확에 심지어는 콩을 갈아 직접 두부도 만든다. 이에 더해 고기 좋아하는 시어머니 입맛에 맞춰 매 끼니 식사를 챙기고, 손수 목욕도 시켜드린다. 밤이 되면 한 이불 덮고 앉아 도란도란 말벗도 되어주니, 두 사람은 고부라는 인연을 넘어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다.
꼭 닮은 두 여자의 인생
칠덕 할머니와 해경 씨는 무려 46년을 함께 살았다. 사실 이들이 이토록 긴 세월을 함께한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40대 젊은 나이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두 사람. 그 세월이 참 고단했기에 더 이상의 시련은 없길 바랐다. 그러나 해경 씨마저 자식을 앞세우는 모진 아픔을 겪어야 했다. 꼭 닮은 인생에 거울을 보듯 상대의 아픔이 보이고 서로가 늘 안쓰럽기만 하다.
그래도 이들에게 그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이가 있다. 해경 씨의 남자친구 김종만 씨(67)다. 쉬는 날이면 와서 힘든 일도 거들고, 칠덕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드린다. 지난해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칠덕 할머니를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에 더 마음이 쓰이고 잘해드리고 싶다는 종만 씨. 모처럼 쉬는 날 어김없이 찾아와서는 칠덕 할머니 바깥바람 쐬어드리고, 좋아하시는 짜장면도 사드린다. 그 덕에 칠덕 할머니도 종만 씨가 마치 아들처럼 편안하고 든든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온 종만 씨와 대화하던 해경 씨가 종만 씨 한마디에 언성이 높아진다.
또 한 해를 살아보리
시어머니의 귀가 어두워 목이 아프게 소리를 높여야 하는 해경 씨.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보청기는 관리가 힘들어 싫다 하시니 매번 해경 씨의 목만 고생이다. 못 말리는 칠덕 할머니의 고집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식 챙겨주겠다고 밭에 나와 무청을 따고, 먹을 사람이 없대도 버리는 게 아까워 또 호박고지를 만든다. 그 탓에 틈만 나면 해경 씨와 실랑이를 벌인다.
그래도 해경 씨에게 시어머니는 모진 세월을 견디며 가장 끈끈한 우정을 나눈 사람이다. 답답한 마음에 화를 내다가도 이내 군고구마를 내밀며 시어머니의 마음을 풀어드린다. 해경 씨는 식성 좋은 어머니가 잘 드시고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며느리 아끼는 마음은 칠덕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 몸이 약한 해경 씨가 아프기라도 할까 늘 노심초사다.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며 들깨를 터는 날. 해경 씨가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거냐”고 물으니, “죽을지 살지도 모른다”며 웃어넘기는 칠덕 할머니. 해경 씨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또 다음 한 해를 같이 살아보자”며 손을 내민다.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서로를 위로하며 두 사람은 함께 일구어 갈 내년을 기약한다.
(사진제공 = KBS 1TV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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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 기관 : KBS
· 분류 : 인간극장
· 배포 : 10월 30일 15:00
출처 : KBS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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