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마도해역에서 고려시대 난파선 두 척의 실체가 잇따라 확인됐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마도 5호선과 마도 6호선으로 이름 붙인 고선박의 존재를 확인하고 발굴을 이어가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전라도 서남부에서 개경으로 향하던 조운선의 흔적뿐 아니라 경상도에서 출항한 선박의 흔적까지 드러나면서, 마도 해역이 남긴 기록은 더 넓어졌다.

마도 5호선, 지난해 징후 확인 뒤 본격 발굴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지난해 마도 해역 조사에서 청자 다발과 선체 조각을 발견한 뒤 마도 5호선의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올해 본격적인 수중 발굴에 나섰다. 그 결과 닻돌·원통목·밧줄 등 주요 선체 부속품을 비롯해 볏섬, 청동호 등 총 54점의 유물이 나왔다. 이 가운데 화물 내역이 적힌 목간 26점이 배의 성격을 밝히는 단서가 됐다. 목간은 오늘날의 화물표에 해당하는 글씨 쓴 나뭇조각으로, 배에 실은 물건의 시기와 출발지, 도착지, 수취인 등을 알려준다.

목간에 적힌 발송지는 고려시대 영암군과 안로현으로, 현재 전남 영암읍과 금정면 일대에 해당한다. 목적지는 고려 수도 개경을 뜻하는 ‘경’으로 적혔다. 연구소는 함께 나온 유기물의 방사성탄소연대와 청자 연대 등을 종합해 정묘년을 1207년으로 판단했고, 정묘 12월에 화물을 모은 뒤 이듬해인 1208년 봄 항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문경호 국립공주대 교수는 “고려시대 조운 제도를 고려하면 1207년에 곡물 등을 거둬 모아뒀다가 1208년에 출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두 난파선에서 확인된 주요 수치다.

구분수치
마도 5호선 출수 유물54점
마도 5호선 목간26점
마도 5호선·1호선 거리250m
마도 6호선 출수 유물20여 점
마도 해역 발굴 고선박 누계16척

영암군과 안로현이 적힌 26점의 목간

마도 5호선 목간에는 영암군과 안로현에서 화물을 보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일부 목간에는 벼·쌀·백미·콩·흰콩 등의 품목과 수량, 수취인의 관직과 성씨, 한 석에 담은 양까지 적혔다. 연구소는 별장 장씨 집에 쌀 12석을 보낸다는 목간, 고위 관료인 곽씨의 부인 집에 콩 10석을 보낸다는 목간도 확인했다. 여성 수취인이 명시된 사례도 있었다. ‘전주’가 개경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록도 나왔고, 문 교수는 이를 토지에서 조세를 거두는 권리인 수조권과 연결해 해석했다. 그는 “수취인이 명확히 적혀 있다는 점에서 관리가 수조권을 행사하던 사전에서 거둔 곡물을 전달한 자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도 5호선과 2009년 발굴된 마도 1호선은 연관성도 드러났다. 두 배는 약 250m 떨어져 있고, 마도 5호선 목간 가운데 안로현에서 개경의 송득덕에게 보내는 내용은 마도 1호선에서 나온 목간과 필적과 내용이 거의 같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마도 1호선은 전남 나주, 해남, 장흥 등지에서 거둔 곡물을 싣고 개경으로 향하다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다. 진호신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관은 “마도 1호선과 5호선은 같은 선단의 선박으로, 마도 해역에서 악천후를 만나 함께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또 5호선 외판재에서 뜨거운 연기를 쐬어 그을리는 연훈 처리를 확인했으며, 1호선보다 얇은 판재를 정밀하게 가공한 점도 확인했다.

경상도 출항 흔적, 사주 목량의 목간

마도 6호선은 지난해 음파 지층탐사에서 포착한 이상 반응 지점을 올해 시굴 조사하다 확인됐다. 2호선에서 약 110m 떨어진 지점에서 청자유병·도기정병·목간·볏섬·화물 받침목 등 20여 점의 유물이 나왔다. 목간에는 사주 지역의 호장 목량이 화물을 보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주는 현재 경남 사천시에 해당하며, 고려시대 세곡을 보관하던 13개 조창 중 하나인 통양창이 있던 곳이다. 연구소는 이 점을 근거로 경상도 지역에서 출항한 선박의 흔적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도 6호선은 아직 선체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출토 유물은 모두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국 수중발굴과장은 참고 기사에서 “출토된 목간에 사주 지역과 반성 지역에서 각각 화물을 보냈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함께 출토된 유물로 볼 때 12~13세기 세곡을 싣고 개경으로 향하던 배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번 자료가 문헌에 짧게 남은 고려시대 조운 실태를 실물로 보여주는 단서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고려시대 조운과 관련한 기록은 굉장히 짧다”며 “조운 제도를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도 해역 16척, 고려 선박이 대다수

마도 해역은 2009년 마도 1호선 발굴 이후 고려·조선시대 선박이 잇따라 나온 곳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해역에서 확인된 옛 선박은 총 21척이며, 이 가운데 마도 해역에서 나온 고선박을 포함해 16척이 발굴 조사됐다. 실체가 드러난 선박 중 12척은 고려시대 선박으로 파악됐다. 통일신라시대 선박은 영흥도선 1척, 조선시대 선박은 마도 4호선 1척이다. 신안선은 원나라 무역선, 진도선은 일본 혹은 중국 배로 추정된다.

마도 1호선은 전라도 서남부에서 거둔 곡물을 개경으로 나르다 침몰한 배로, 마도 5호선과 같은 시기와 계통의 선박으로 보인다. 마도 5호선의 목간과 1호선 목간이 닮은 점, 두 배가 같은 지역의 화물을 나눠 실은 뒤 함께 침몰한 정황이 함께 확인되면서 연구소는 두 배를 같은 선단으로 보고 있다. 태안 마도해역은 더 많은 목간과 선체 부속품을 통해 고려시대 조운과 해상 운송의 실체를 계속 드러내고 있다.

연구소는 내년에 마도 6호선 발견 지점을 중심으로 발굴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마도 5호선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해 선체와 화물의 성격을 더 살필 계획이다. 마도 해역에서 확인된 16척의 고선박 가운데 고려시대 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향후 추가 발굴은 당시 조운 체계와 뱃길의 실상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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