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검찰의 조작기소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 출범이 가시화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사자로 거론되는 사건이 포함된 데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을 특검이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는 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을 수정안 형태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특검 출범과 함께 검찰개혁, 재판 공정성, 수사 인력 배분, 기존 진상조사와의 중복 문제까지 한꺼번에 불거졌다.
재판 중 사건을 특검이 다시 수사하는 문제
법조인들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특검이 강제수사로 파헤치는 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안정되고 성숙해가는 것으로 생각됐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둥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 이재명 정부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핵심이 바로 조작기소 주장과 그것을 관철하려는 특검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뿐만 아니라 대법원과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검찰청 폐지 등 모든 것들이 대한민국의 정의와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무죄가 확정된 사건을 두고 어떻게 수사를 했길래 무죄가 나왔는지 수사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조작기소 특검의) 수사 대상은 지금 법정에서 다투고 있는 것들”이라며 “재판의 한쪽 당사자 뒤에 칼을 들이대는 일인데, 이게 대체 법률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경지법 판사 출신 인사도 “조작기소 특검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조작기소’라고 결론을 내리더라도 이 같은 결과에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기속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나름대로 유무죄 판단을 내리고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됐는지 독립해서 판단하는 건데, 이미 재판 중인 사건을 ‘공소권 남용’이라고 특검이 결론짓는다면 사실상 재판에 외압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 상식과 헌법 질서에 반하는 기상천외한 법안”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공소기각을 해야 할 정도의 조작기소라면 현행 형사소송법 체제가 보호하는 무죄추정 원칙 및 증거법칙의 얼개를 빠져나올 수 없고 당연히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며 “이 법안은 헌법은 물론 형사사법 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황당한 악법”이라고 했다.
검찰개혁 뒤에 남은 수사권·기소권 논란
조작기소 특검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청이 폐지된 뒤 출범하는 첫 특검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모든 수사권을 없앤 공소청을 출범시켰다. 그런데 정작 검찰청의 과오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조직으로 출범시킨다는 점에서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에 출석해 특검 파견검사 수를 20명으로 정한 부분을 두고 “공소청 소속 검사가 수사에 관여해 생길 수 있는 공정성 논란과 공소청 출범에 따른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를 고려해보면 파견 검사의 규모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해졌다. 이 대행은 특검이 직무 범위를 벗어나 수사할 경우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규정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그렇게 금과옥조처럼 중요하고 꼭 이뤄야 할 목표였다면 (조작기소) 특검이 아니라 중대범죄수사청처럼 ‘특별수사청’으로 만들어 수사만 하고 공소청에 송치하는 구조로 만들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쟁점은 이 특검이 공소청 체제의 취지와 어떻게 맞물릴지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핵심으로 내세운 개혁 뒤에, 다시 수사와 기소를 모두 가진 별도 특별검사 조직을 두는 구조가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 항목 | 수치 |
|---|---|
| 이번 특검 | 7번째 특검 |
| 파견검사 정원 | 20명 |
| 검찰청 미제 사건 | 18만6천207건 |
| 기존 한 달 전 미제 사건 | 16만4천822건 |
| 중수청 정원 대비 현원 | 1천900명 / 2천874명 |
| 선관위 특검팀 파견검사 | 18명 |
이번 정부 들어 7번째 특검과 인력난
이번 조작기소 특검은 이재명 정부 들어 7번째 특검이다. 이 가운데 6·3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특검팀은 아직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여기에 또 한 차례 대형 특검이 출범하면서 검사 인력 부족과 사건 적체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폐지 직전인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의 미제 사건은 18만6천207건으로, 한 달 전의 16만4천822건을 크게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 중견 변호사는 “조카가 공소청 검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미제가 600∼700건 쌓여 있어 잠잘 시간도 없이 일하느라 원형 탈모가 올 지경이라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특검 파견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면 공소청 일선 검사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력난은 공소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수청은 정원 2천874명 대비 약 66%인 1천900명으로 개청했고, 수사가 한창인 선관위 특검팀은 파견검사 정원 20명 중 18명밖에 파견받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중수청 관계자는 “(중수청의) 안착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인력 파견에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도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검 파견이 반복될수록 이미 부족한 수사·기소 인력이 더 빠져나가게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사정기관의 인력 운용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미래위와의 중복, 본격화되는 정리 작업
조작기소 특검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이미 같은 사건의 진상 규명에 나선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 이른바 검찰미래위와의 역할 중복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대장동·위례 신도시·백현동 개발, 법인카드 유용, 성남FC 후원 등 의혹 여러 사건이 미래위의 진상 규명 대상이면서 특검 수사 대상과 겹친다. 이 때문에 특검이 출범하면 검찰미래위 진상조사단이 일정 기간 활동을 중단하거나 적어도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공소청 검사는 “특검이 출범하면 검찰미래위 위원들이 진상조사 대상 사건 중 특검 수사 대상과 중복된 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소청의 한 간부는 “검찰미래위는 일단 관망하다가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이를 토대로 공소청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법사위 논의가 본회의 처리로 이어질 경우, 특검 수사와 기존 진상조사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로선 민주당이 5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상태다. 법제사법위원회가 수정안 형태로 특검법을 의결한 만큼, 이후 국회 본회의와 후속 절차를 거쳐 특검 출범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특검을 둘러싼 쟁점은 법적 구조와 정치 일정, 사정기관 운영이 한꺼번에 맞물린 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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