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 치악산 자락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이병철 시인이 첫 시집 『어둠 속으로 기어가는 모르스 부호』를 냈다. 필명 ‘낭만바이크’로도 알려진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현대인의 고립과 노동의 고단함, 전쟁이 남긴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소통과 희망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시집 제목의 ‘모르스 부호’는 단절된 세계를 향해 보내는 신호를 뜻한다. 시인은 서로의 언어가 닿지 않는 지금의 시대를 두터운 단절로 진단하고, 그 벽을 두드리는 짧고 서툰 신호를 시어로 옮겼다. 타인과의 연결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시집 전반에 깔려 있다.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는 강원도의 실제 장소들이 등장한다. 치악산을 비롯해 강릉의 경포호수와 소돌해변이 시적 공간으로 그려지는데, 이들 자연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간의 삶과 기억을 비추는 장치로 쓰였다. 「봄날 오후, 경포 호수를 걷다」와 「아침, 소돌 해변을 걷다」는 강릉의 풍경 속에서 발견한 생의 움직임을 담았고, 「치악산 국형사, 겨울의 시간을 다녀가다」는 시인이 오래 머문 치악산의 계절감을 포착했다. 지역의 익숙한 풍경을 내면의 언어로 옮겼다는 점에서 강원 지역 독자들에게 남다른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선은 자연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파트 외벽 노동자를 다룬 「스파이더맨」은 위태로운 노동 현장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젊은이의 먹사니즘」은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시의 언어로 옮겼다. 나아가 「유형의 땅」 연작에서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비극을 다루며 시선을 지구 반대편의 고통으로까지 확장했다. 전쟁을 국제정세가 아닌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으로 바라본 점이 눈에 띈다.
이병철 시인은 강원 영월 출생으로 36년간 강원도 교단에 몸담았고, 현재 횡성 춘당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상을 누비며 얻은 감각을 바탕으로 고향 영월의 서강에서부터 전 지구적 아픔의 현장까지 시선을 넓혀왔다.
시인은 “세상이 아무리 경쟁과 자본의 시장이라 해도, 가진 것 없는 이가 누군가에게 빵 한 조각 나누어주는 따뜻한 마음이 살아있는 사회를 꿈꾼다”며 “이 서툰 신호들이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찬란한 발화로 피어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교육자로서의 오랜 시선과 여행자로서의 감각이 겹쳐진 이번 시집은, 단절의 시대에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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