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들 사이에서 '난로'라는 뜻의 '페치카'로 불렸던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흉상 제막식이 8월 15일 서울 용산구 사단법인 독립운동가 최재형 기념사업회 사무국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최 선생 탄신 166주년 기념식을 겸해 진행됐으며, 광복절을 맞아 국가보훈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최 선생의 후손들도 참석했다. 각계 후원으로 제작된 흉상은 우선 사무국 사무실에 놓이며, 향후 기념관이 건립되면 그곳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2011년 출범한 기념사업회는 매년 순국일 추모식과 학술사업, 고려인 동포 후손 장학사업을 이어오며 국내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최 선생의 삶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기념관 건립은 기념사업회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서울 강동구도 최근 '독립운동가 최재형 지사 흉상 건립 지원 계획'을 마련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최 선생의 본관인 전주 최씨 종친회가 강동구에 흉상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구가 행정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며, 대상지 선정과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등 절차가 남아 있다.
함경북도 경원의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난 최 선생은 아홉 살 때 가족과 연해주로 이주했고, 이후 사업가로 성공해 연해주를 대표하는 한인 거부로 성장했다. 그는 연해주 일대 32개 학교 설립을 지원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인들을 돌보며 공동체의 버팀목이 됐다. 1908년에는 안중근, 이위종 등과 함께 항일 의병단체 동의회를 조직해 총장을 맡았고, 대한국민의회 외교부장 등을 지내며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당시 자금과 권총을 마련해주고 사격 연습 장소를 제공하는 등 거사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20년 일본군이 연해주 한인들을 무차별 학살한 '4월 참변' 때 피신하지 않고 자택을 지키다 체포된 최 선생은 우수리스크에서 순국했으며, 일본군이 처형 뒤 무덤까지 없애 유해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고, 2023년에는 순국 103년 만에 러시아 우수리스크 최재형 기념관 뒤편의 흙을 국내로 봉환해 부인 최 엘레나 여사와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했다. 기념사업회 김지영 사무국장은 "흉상 건립을 계기로 최 선생의 삶과 독립정신을 더 많은 시민에게 알리고, 장기적으로는 그의 삶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는 기념관 건립까지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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