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적 고려인동포가 아버지 환갑을 축하하러 잠시 한국을 찾았다가 예기치 못한 조산을 겪은 뒤, 체류기간 만료를 코앞에 두고 지역 지원기관과 출입국당국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사연이 알려졌다.
27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 동포 이리나(Ligay Irina)씨는 국내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다섯 살 아들과 함께 단기비자로 입국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임신 25주 만에 갑작스럽게 아이를 낳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태어난 아기는 미숙아로 전남대학교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고 있다.
아기를 남겨두고 출국할 수 없는 처지에서 체류기간 만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자 이리나씨는 불안에 시달렸다. 이때 도움을 준 곳이 법무부 지정 광주 고려인마을 동포체류지원센터다. 센터 통역원 고가이 클라라씨는 이리나씨의 사정을 듣고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안내한 뒤 직접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까지 동행해 통역과 상담을 맡았다.
사연을 접한 조기상 광주출입국 사통계장은 관련 규정을 검토해 해결책을 찾았다. 미숙아의 장기 치료가 불가피하고 어린 아들과 함께 입국해 가족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사정을 고려해, 모자가 국내에서 치료 경과를 지켜본 뒤 함께 출국할 수 있도록 체류기간 연장 절차를 지원한 것이다. 언어와 제도에 낯선 이주민이 위기 상황에서 겪는 어려움을 현장 상담과 행정 연계로 풀어낸 사례로, 동포 지원체계와 출입국 행정이 맞물려 실질적인 성과를 낸 셈이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아이의 생명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체류기간까지 끝나가 이리나씨가 크게 불안해했다”며 “고가이 클라라 통역원의 세심한 동행과 조기상 계장의 친절하고 적극적인 행정이 가족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됐다”고 말했다.
체류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가족 앞에는 더 큰 부담이 남아 있다. 미숙아 집중치료가 이어지면서 병원비가 8천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체류 중인 외국인 가족이 감당하기엔 벅찬 규모다. 아버지의 환갑을 축하하러 조상의 나라를 찾았던 이리나씨는 이제 어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벽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이번 사연을 지역사회에 알리고 아기가 건강을 회복해 가족과 함께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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