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가우디 서거 100주기를 기념하는 월드투어 전시 〈Gaudí: Back to the Origins〉가 지난 8월 1일 서울 신사하우스에서 개막했다. 가우디의 원본 작품과 재단 공인 레플리카, 작업 도면과 노트, 미디어 콘텐츠 등을 통해 그의 건축과 창작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다.

서울 전시의 주관사로는 정림건축의 공간 크리에이터 그룹 jpa.(Junglim Planning Advisory)가 참여했다. jpa.는 해외에서 이어져 온 전시 콘텐츠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서울과 신사하우스라는 장소에 맞게 다시 구성하는 기획·로컬라이징부터 공간 디자인, 구축, 운영까지 전 과정을 맡았다.

전시 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공간의 규모보다 관람객이 가우디를 어떻게 체험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김경훈 jpa.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는 작품과 설명을 보고 지나치는 방식에서 나아가 관람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가우디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

이런 방향에서 낙점된 장소가 건축가 승효상이 리모델링에 참여한 신사하우스다. 이번 전시는 리모델링 이후 신사하우스가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는 자리이기도 하다. 대규모 상업시설 내 전시장과 달리 독립된 건물 전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소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

jpa.는 실내 전시장은 물론 층과 층 사이 이동 동선, 외부 공간과 루프탑까지 건물 전체 구조를 관람 경험에 끌어들였다. 전시 콘텐츠도 신사하우스의 공간 조건에 맞춰 조정했으며, REBORN SPACE와 CALLE GAUDI, ROOFTOP TERRACE 등의 공간을 함께 꾸몄다. 가우디 건축물 특유의 압도적 스케일을 재현하기보다 관람객과 가우디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무게를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가우디가 자연에서 찾아낸 형태와 구조를 가까이서 살펴보고 그의 가구와 디자인을 입체적으로 접하며, 미디어 콘텐츠로 건축적 상상력을 만나는 등 관람객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우디의 세계에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jpa.의 역할은 개막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운영에 참여하며 관람객의 동선과 체류 시간, 콘텐츠 반응 등을 현장에서 살피고 있다는 점은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 전시 대행을 넘어선 통합형 공간 브랜딩 사례로 읽히는 대목이다.

1967년 설립된 정림건축의 첫 번째 CIC(사내독립기업)인 jpa.는 공간 기획과 브랜드 전략,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디자인빌드, 운영을 연결하는 통합형 공간 브랜딩을 수행해 왔다. 이번 가우디 서울 전시는 이 같은 업무 영역을 전시 공간으로 확장한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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