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커머스 총력전 속 소비자 유의점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유통업계의 할인 경쟁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달아올랐다. 백화점 업계는 지난달 말부터 정기세일과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를 동시에 진행하며 매출 확보에 나섰고, 이커머스 업체들은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을 앞세운 대규모 프로모션전을 벌이고 있다. 명절 대목을 잡기 위한 유통가의 경쟁은 매년 반복돼 왔지만 올해는 그 강도가 유독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백화점들은 이달 들어 선물세트 조기 예약 할인율을 지난해보다 높여 잡았다. 정육·수산·건강기능식품 등 프리미엄 세트 판매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중저가 실속형 세트 구성도 확대했다. 소비 양극화 흐름을 반영해 고가와 실속 상품을 함께 배치하는 전략이다. 대형마트 역시 추석 성수식품 할인전을 조기에 열고 온라인 주문 시 배송비를 면제하는 등 고객 유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부 백화점은 예약판매 초기 구매 고객에게 사은품을 추가로 얹어주거나 상품권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초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정육과 수산물 등 신선식품 할인 행사를 연휴 직전까지 연장 운영하는 한편,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한정판 선물세트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조기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구매 시점을 앞당겨 물류 부담을 분산시키려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주요 온라인쇼핑 플랫폼들은 추석 연휴 직전까지 배송을 보장하는 마감 특가전을 진행하며 명절 선물 수요를 흡수하려 하고 있다. 일부 플랫폼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지역을 넓히고 반품·교환 정책을 명절 기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음식료품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명절 선물 구매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모바일 앱을 통한 간편결제와 연계한 할인 쿠폰 발급이 올해 두드러진다. 여러 플랫폼이 첫 구매 고객뿐 아니라 재구매 고객에게도 추가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록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결제 수단과 쿠폰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최종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경쟁 심화의 배경으로 소비 심리 위축을 꼽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시점이 명절 등 특정 시기에 집중되고 있다"며 "그 짧은 기간에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유통학회 등 관련 학계에서는 명절 대목이 유통기업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할인 경쟁이 소비자에게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반짝 할인가'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평시 가격과 큰 차이가 없거나, 할인 전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표시하는 이른바 '할인 착시' 사례가 매년 지적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명절 특수기마다 가격 표시의 적정성을 점검해왔으며, 소비자원 역시 매년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 가격 비교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38)는 최근 온라인몰에서 한우 세트를 주문하려다 가격을 다시 확인해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가라고 떠서 눌러봤는데 다른 사이트 정상가와 큰 차이가 없더라"며 "여러 곳을 비교해보니 실제 할인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런 경험은 김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명절 시즌마다 반복되는 소비자 불만 중 상당수가 표시 가격과 실제 할인폭의 괴리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관련 기관의 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 내용이다.
40대 주부 이모 씨(45)도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이씨는 지난해 추석 때 대형마트에서 선물세트를 구매했다가 며칠 뒤 같은 상품이 더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되는 것을 보고 허탈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할인 행사 기간이 길다 보니 오히려 언제 사야 가장 싸게 사는 건지 헷갈린다"며 "가격 변동을 매일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 대충 눈치껏 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명절 성수기 할인 행사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오히려 구매 시점을 판단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명절 특수기 소비를 계획할 때 몇 가지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같은 상품이라도 판매처별로 가격 차이가 크게 날 수 있어 구매 전 여러 플랫폼의 가격을 비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정 특가'나 '오늘만'이라는 문구에 쫓겨 충동적으로 결제하기보다는 평소 가격대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실질적인 할인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유통 전문가는 할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의 정보 격차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통 전문가는 "온라인 가격비교 서비스를 활용하면 발품을 팔지 않고도 여러 업체의 가격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며 "선물세트처럼 구성 품목이 복잡한 상품일수록 단순히 총액만 볼 것이 아니라 개별 품목의 단가까지 따져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송 지연 문제도 명절 시즌마다 반복되는 소비자 불만 요인이다. 물량이 집중되는 연휴 직전에는 택배사와 이커머스 물류센터 모두 처리 용량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는 대체로 연휴 시작 며칠 전까지를 배송 마감 기한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선물세트나 성수식품을 주문할 때는 이 마감 기한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매년 추석 연휴 직전 사흘간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몰리면서 일부 지역에서 배송이 하루 이상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신선식품의 경우 배송이 늦어지면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소비자 불만이 더 크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일부 이커머스 업체는 배송 마감일을 앞당기는 대신 마감일 이후 주문 고객에게는 별도의 픽업 서비스나 편의점 택배 연계 서비스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매년 추석을 앞두고 다소비 품목의 가격 동향을 조사해 공개하고 있으며, 올해도 주요 선물세트 품목의 가격 편차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명절 기간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명절을 앞두고 별도의 신고 창구를 운영하며 부당 표시 광고나 과장 할인 사례에 대한 제보를 접수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할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가 실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구간과, 표시상의 착시에 그치는 구간을 구분하는 정보 접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가격 비교와 마감 기한 확인, 개별 품목 단가 점검 등 소비자 스스로 챙길 수 있는 절차들이 명절 대목 할인 경쟁 속에서 실질적인 구매 전략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