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재료 섞이는 명절 요리, 온도관리가 식중독 가른다

추석을 앞두고 갈비찜과 잡채, 전 등 명절 대표 음식을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쌓아두는 가정이 늘고 있다. 여러 날 나눠 먹을 요량으로 한꺼번에 넉넉히 조리하다 보니 실온에 오래 두는 일이 잦아지고, 이 과정에서 식중독균이 증식할 조건이 만들어진다. 특히 잡채처럼 당면과 채소, 고기 등 여러 재료가 한데 섞이는 음식이나 갈비찜처럼 국물이 많은 조림류는 상온 보관 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위생 위험이 커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중독균은 대체로 4도에서 60도 사이 온도에서 빠르게 늘어난다. 이 구간을 흔히 위험 온도대라고 부른다. 명절 음식 대부분이 조리 직후 뜨거운 상태로 상당 시간 식탁이나 조리대 위에 놓이는데, 이때 실내 온도가 이 위험 구간에 오래 머물면 세균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갈비찜처럼 고기와 양념 국물이 함께 있는 음식은 표면은 식은 것처럼 보여도 속까지 충분히 식지 않은 경우가 많아 더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를 보면 명절 연휴 전후로 식중독 신고 건수가 평소보다 늘어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조리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나물류와 육류 조림에서 원인균이 검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건 당국은 이 시기에 조리한 음식이 여러 세대에 걸쳐 나눠지고, 이동과 보관 과정에서 온도 관리가 흐트러지기 쉬운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명절 특유의 대량 조리 문화와 실온 방치 습관이 맞물려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잡채는 당면과 각종 나물, 고기, 계란 지단이 섞이는 대표적인 혼합 조리 음식이다. 재료마다 조리 시점과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미리 볶아둔 재료를 실온에 방치한 채 나머지 재료를 준비하는 경우가 흔하다. 보건 당국은 조리를 마친 재료는 가급적 빨리 섞고, 완성된 잡채는 뜨거운 상태로 오래 두지 말고 소분해 식힌 뒤 냉장 보관할 것을 권한다. 특히 당면은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 실온에서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쉽다.

당면은 삶은 뒤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이 끈적해지면서 미생물이 붙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잡채를 만들 때 각 재료를 따로 볶아 마지막에 한꺼번에 무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이 과정에서 먼저 볶아둔 재료가 식탁 위에서 몇 시간씩 방치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조리 순서를 재료별로 나누기보다는, 전체 조리 시간을 최대한 압축해 완성 직후 바로 식히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갈비찜은 고기를 삶고 양념해 오랜 시간 졸이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조리 자체로는 살균 효과가 있지만, 문제는 조리 이후 보관 단계에서 발생한다. 큰 냄비째 실온에 두고 식히는 경우가 많은데, 부피가 큰 음식은 중심부까지 식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그 사이 표면 온도가 위험 구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식품영양학 전공 교수는 "덩어리가 큰 조림류는 얕은 용기에 나눠 담아야 열이 빨리 빠져나간다"며 "냄비째 실온에 두고 식히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특히 갈비찜처럼 뼈가 있는 음식은 뼈 주변 살코기 부분까지 열이 전달되는 속도가 느려 겉보기와 달리 속은 여전히 미지근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냉수를 받은 큰 대야에 조리 용기를 담가 식히거나, 얼음을 이용해 빠르게 온도를 낮추는 방법도 가정에서 시도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조리 후 곧바로 소분해 냉장고에 넣는 습관이 정착되면 위험 구간에 머무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 종류 음식도 명절 단골 메뉴이지만, 기름에 지진 뒤 여러 번 데워 먹는 과정에서 위생 관리가 소홀해지기 쉽다. 상온에 노출된 시간이 누적되면 눈으로 보기에 멀쩡해도 세균이 이미 늘어난 경우가 있다. 보건 관계자는 "냄새나 색이 이상하지 않아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조리 후 보관 시간을 기억해두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은 여러 장을 한꺼번에 부쳐 겹겹이 쌓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쌓인 상태로 오래 두면 속에 있는 전은 겉면보다 식는 속도가 더 느리다. 겹쳐 쌓인 전 사이사이에 수분이 고이면서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보건 관계자는 전을 보관할 때는 키친타월 등으로 여분의 기름과 수분을 제거한 뒤, 겹치지 않도록 펼쳐서 식힌 다음 용기에 담을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명절 음식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먼저 조리가 끝난 음식은 상온에 두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리한 음식을 실온에 2시간 이상 방치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여름철에 준하는 실내 온도라면 이 시간은 더 짧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명절이 늦더위와 겹치는 해에는 특히 이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보관할 때는 음식을 큰 그릇 하나에 담기보다 여러 개의 작은 용기에 나눠 담는 편이 낫다. 그래야 냉장고 안에서도 빨리 식고, 필요한 만큼만 꺼내 먹을 수 있어 나머지 음식이 반복적으로 실온에 노출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냉장고 안에서도 조리된 음식과 날음식을 구분해 보관해야 교차 오염을 막을 수 있다. 특히 갈비찜을 만들 때 사용한 생고기 도마와 칼을 채소나 나물 손질에 다시 쓰는 일은 피해야 한다.

냉장고 내부 온도 관리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명절 연휴에는 평소보다 많은 음식이 한꺼번에 냉장고에 들어가면서 내부 온도가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냉장고 내부 온도를 5도 이하로, 냉동고는 영하 18도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음식을 지나치게 빽빽하게 채우면 냉기 순환이 되지 않아 특정 구역의 온도가 올라갈 수 있으므로, 용기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간을 두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명절 음식을 데워 먹을 때는 속까지 충분히 익도록 재가열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면만 데운 채 먹으면 내부에 남아 있는 세균이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잡채처럼 부피가 있는 음식은 전자레인지로 데울 때 중간에 한 번씩 뒤섞어 골고루 열이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국물이 있는 갈비찜은 끓는 상태로 한 번 더 데운 뒤 식혀 먹는 것이 세균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명절 음식을 이웃이나 친지에게 나눠줄 때도 보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온에서 오래 이동한 음식은 도착 즉시 냉장 보관하고, 가급적 빨리 먹는 것이 안전하다. 최모 씨(52)는 "예전에는 명절 음식을 실온에 며칠씩 두고 먹었는데 최근에는 소분해서 냉동까지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갈비찜은 국물까지 함께 얼려두면 나중에 데워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아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박모 씨(38)도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그는 "지난 명절에 잡채를 넉넉히 만들어 친정과 시댁에 나눠 보냈는데,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며 "요즘은 아이스박스에 얼음팩을 넣어 포장하고, 받는 쪽에서도 바로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미리 말해둔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습관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고 덧붙였다.

가정에서 명절 음식을 조리할 때 손 씻기와 조리도구 소독 같은 기본적인 위생 수칙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음식을 준비하는 명절 특성상 조리 인원이 많고 손이 자주 오가는 만큼, 조리 전후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것이 식중독 예방의 시작이라는 것이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나물을 무치거나 잡채를 버무리는 것도 오염을 줄이는 방법으로 권장된다.

도마와 칼 역시 육류용과 채소용을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의치 않다면 생고기를 손질한 뒤에는 반드시 뜨거운 물과 세제로 씻고, 가능하면 열탕 소독을 거친 뒤 다른 재료 손질에 사용해야 한다. 행주와 수세미도 명절처럼 사용 빈도가 높은 시기에는 자주 삶거나 교체해 세균 번식을 막는 것이 좋다는 것이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명절 연휴 동안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방식도 중요한 위생 관리 요소다. 냉장 보관한 음식이라도 무한정 안전한 것은 아니며, 조리 후 며칠이 지난 음식은 냄새나 상태를 확인한 뒤 섭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의심되면 아깝더라도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명절이 끝난 뒤 남은 음식을 정리할 때는 조리한 날짜를 용기에 표시해두는 습관도 보관 기간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보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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