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까지 겹친 환절기, 대상군별 접종 체크포인트는

아침저녁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소아과와 내과에 기침, 발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발길이 늘고 있다. 올가을에는 독감과 백일해가 동시에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면서 예방접종을 서두르는 가정이 많아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백일해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독감 역시 매년 가을부터 겨울 사이 유행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호흡기 감염병이다.

특히 올해는 백일해 환자가 예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면서 학교와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영유아와 청소년 사이에서 백일해 신고 건수가 늘어난 배경으로 코로나19 유행 기간 상대적으로 낮았던 집단면역 수준과 야외활동 증가, 실내 밀집도 상승 등을 함께 들고 있다. 독감 역시 일선 의료기관 표본감시 결과 의사환자분율이 가을 들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두 질환이 비슷한 시기에 겹쳐 유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일해는 기침이 2주 이상 발작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인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초기에는 콧물, 미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1~2주가 지나면 숨이 넘어갈 듯한 발작성 기침이 반복되고, 기침 끝에 '흡' 하는 특유의 소리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영유아의 경우 폐렴이나 뇌증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는 기본접종을 다 마치지 못한 상태여서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성인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유아나 고령자에게 옮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백일해에 걸린 성인 상당수는 단순한 감기나 알레르기성 기침으로 착각해 병원을 찾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백일해는 기본접종을 마친 영유아라도 시간이 지나면 항체가 줄어들 수 있어 추가접종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의는 "2주 넘게 기침이 계속되고 밤에 기침 발작이 심해진다면 백일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독감은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해마다 새로 접종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그해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이러스 유형을 선정해 각국에 권고하고, 국내 제약사들은 이 권고안을 토대로 백신을 생산한다.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통상 2주 정도 걸리고, 보호 효과는 수개월간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보건당국은 유행이 본격화하기 전인 가을철, 특히 10월 중을 접종 적기로 권고해왔다. 너무 이르게 맞으면 한겨울 유행 시기에 항체가 이미 줄어들 수 있고, 너무 늦으면 유행이 시작된 뒤에야 보호 효과가 생길 수 있어서다.

내과 전문의는 "독감 접종 시기를 놓쳤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며 "유행 정점이 보통 12월에서 다음 해 1월 사이인 만큼 11월에 접종해도 충분히 보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접종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접종 우선 대상군은 영유아,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자, 만성질환자로 정리된다. 생후 6개월에서 만 13세 이하 어린이는 과거 접종 이력에 따라 1회 또는 2회 접종이 필요할 수 있어 소아과에서 접종 이력을 확인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음 독감 백신을 맞는 어린이는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충분한 항체가 형성된다는 것이 소아청소년과의 공통된 설명이다. 임신부는 태아에게 항체를 전달해 신생아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임신 시기와 무관하게 접종이 권장된다. 당뇨, 심장질환, 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중장년층도 중증화 위험이 높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된다.

보건당국은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통해 생후 6개월에서 만 13세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독감 백신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이 아닌 연령대도 가까운 병의원에서 유료로 접종받을 수 있으며, 올해는 접종 수요가 늘면서 일부 의료기관에서 백신 물량 확보에 신경을 쓰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백일해 백신은 영유아기 기본접종 외에도 추가접종(부스터샷)이 중요하게 꼽힌다. 국내에서는 생후 2개월부터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를 함께 예방하는 혼합백신으로 기본접종을 진행하고, 만 11~12세에 추가접종을 한 차례 더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신생아를 돌볼 가능성이 있는 임신부와 신생아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가족 구성원이 임신 후기나 출산 전후에 백일해 추가접종을 받으면 신생아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조부모가 손주를 자주 돌보는 가정이라면 고령층도 추가접종 여부를 의료진과 상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 27주에서 36주 사이에 백일해 백신을 맞으면 태반을 통해 항체가 전달돼 신생아가 스스로 기본접종을 받기 전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며 "출산 직후보다 임신 중 접종이 효과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메신저를 통해 퍼지는 속설도 적지 않다. "작년에 맞았으니 올해는 안 맞아도 된다"거나 "건강하면 독감에 안 걸린다"는 식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독감 백신은 매년 유행 바이러스 유형이 바뀌는 만큼 전년도 접종만으로는 올해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평소 체력이 좋다는 이유로 접종을 미루다가 뒤늦게 고열과 근육통으로 병원을 찾는 성인 환자도 매년 적지 않게 나온다.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독감에 걸린다"는 속설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접종 직후 미열이나 근육통 같은 경미한 반응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이는 몸이 항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 증상일 뿐 실제 감염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두 자녀를 둔 김모 씨(38)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자주 옮아와서 매년 가족 전체가 독감 백신을 맞는 편"이라며 "올해는 백일해도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추가접종이 필요한지 소아과에 문의했다"고 말했다. 고령의 부모를 모시고 있는 박모 씨(45)는 "독감 백신은 매년 챙겼지만 백일해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며 "손주를 자주 봐주시는 만큼 추가접종을 알아보려 한다"고 전했다. 임신 8개월 차인 이모 씨(32)는 "병원에서 백일해 접종을 권유받고서야 신생아에게 옮길 위험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출산 전에 서둘러 맞기로 했다"고 말했다.

접종 전 확인해야 할 사항도 있다. 과거 백신 성분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적이 있거나, 현재 열이 나는 등 급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접종 시기를 조정해야 할 수 있다. 달걀 단백질에 중증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도 접종 전 의료진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의는 "개인의 건강 상태나 복용 중인 약물에 따라 접종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접종 전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독감과 백일해 백신은 동시에 접종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일반적인 설명이지만, 구체적인 접종 일정은 개인별 건강 상태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가을철 호흡기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을 통해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 대상 연령과 횟수는 해마다 공지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거주지 보건소나 가까운 병의원을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독감과 백일해 모두 기침 예절과 손 씻기 같은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도 감염 확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건당국은 안내하고 있다. 특히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외출 후에는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 습관이 권장된다. 환기가 어려운 실내 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도 여전히 유효한 예방수단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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