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실외 여가 선호 이어지며 도심 곳곳 야외문화행사 꾸준한 흥행

해가 짧아지는 10월,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시간대에 도심 공원과 건물 옥상마다 스크린이 설치되고 있다. 담요를 두르고 야외에서 영화를 보거나 루프탑에서 열리는 소규모 공연을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관련 행사의 예약은 공개와 동시에 마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내 공간이 아닌 야외에서 여가를 보내려는 흐름이 가을철 들어 더욱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야외 상영회는 매해 가을마다 신청자가 몰리는 대표적인 행사로 꼽힌다. 한강공원이나 도심 광장에서 열리는 상영회는 무료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높고, 가족 단위 관람객뿐 아니라 2030세대 직장인들도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 민간 업체들이 운영하는 루프탑 상영회나 야외 전시, 소규모 음악회 형태의 유료 행사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국내여행 소비 동향 자료에 따르면 9월부터 11월 사이 야외 체험형 프로그램을 검색하거나 예약하는 비중이 여름철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거주자를 중심으로 당일치기 야외 문화행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서비스업동향 조사에서도 가을철 예술·여가 관련 지출이 전 분기 대비 증가하는 흐름이 매년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달라진 여가 소비 패턴이 자리한다. 실내 밀집 공간을 피하고 개방된 환경에서 활동하려는 성향이 일상이 된 이후에도 사그라들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문화예술 분야 연구위원은 "팬데믹 기간 형성된 실외 활동 선호가 엔데믹 이후에도 하나의 여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날씨가 쾌적한 봄과 가을에는 이런 수요가 집중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실내 극장이나 공연장은 정형화된 관람 경험을 제공하지만 야외 행사는 공간 자체가 콘텐츠로 작동한다"며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야외에서 보는 경험을 별도의 소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경향은 단순히 티켓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니라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개방감을 소비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실제로 야외 상영회와 루프탑 행사를 찾는 소비층은 단순히 영화나 공연 관람에 그치지 않고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경험 자체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조명이 켜진 도심 야경을 배경으로 스크린을 설치한 공간은 그 자체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기 좋은 장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티켓 예매 경쟁이 치열해지는 경우도 흔하다. 한 공연기획 업계 관계자는 "루프탑 공간은 수용 인원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사전 예약이 빠르게 마감된다"며 "가을철에는 특히 날씨 좋은 주말 회차부터 예약이 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포토존을 별도로 마련하거나 조명 연출에 신경 쓴 행사일수록 재방문율이 높다"며 "최근에는 음료나 간단한 다과를 포함한 패키지 상품을 함께 구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행사 하나당 수용 가능 인원이 많아야 100명 안팎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공개와 동시에 매진되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34)는 최근 주말 저녁 동료들과 함께 한강공원에서 열린 야외 상영회를 찾았다. 김 씨는 "실내 영화관보다 분위기가 편하고 입장료 부담도 없어서 가을마다 꼭 한두 번은 찾게 된다"며 "날이 추워지기 전에 야외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최대한 즐기려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여름에도 야외 영화 행사에 두 차례 다녀왔다고 덧붙였다.

루프탑 문화행사를 즐기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37)는 "친구들과 함께 예약하려고 해도 인기 있는 시간대는 공개되자마자 매진되는 일이 잦다"며 "결국 평일 저녁이나 비교적 한산한 회차를 골라 다녀오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11월 초까지는 야외 행사 일정을 계속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40대 박모 씨(42)는 자녀와 함께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료 야외 상영회를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박 씨는 "입장료가 없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부담 없이 나들이 삼아 다녀올 수 있다"며 "주차 공간이나 좌석이 한정돼 있어 일찍 도착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실내 상영관과 달리 아이가 소리를 내도 눈치가 덜 보이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지자체와 민간 기획사들도 이런 수요에 맞춰 관련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일부 지자체는 공원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한 야외 상영 프로그램을 정례화했고, 민간 업체들은 루프탑 공간을 임대해 음악회나 토크 콘서트, 소규모 전시를 결합한 복합 문화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실외 공간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는 운영 비용 대비 체감 만족도가 높아 지자체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폐쇄됐던 공공시설 유휴부지를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하는 지자체가 늘면서 예산 부담 없이 행사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주민 만족도 조사에서도 야외 문화행사에 대한 선호도가 꾸준히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영회와 연계해 지역 상인들의 먹거리 장터를 함께 운영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다만 야외 행사 특성상 날씨 변수에 민감하다는 점은 참가자들이 고려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우천 시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 예매 전 환불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행사기획 관계자는 "야외 행사는 기상 상황에 따라 당일 취소 공지가 나가는 경우가 있어 참가자들이 사전에 공지사항을 챙겨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도 행사 진행 여부를 별도로 공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참가자들이 당일 아침 공식 홈페이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 공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일부 행사는 우천 시 실내 대체 장소를 마련해두기도 하지만, 루프탑 행사의 경우 대체 장소를 구하기 어려워 전액 환불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밤 기온이 떨어지는 늦가을로 접어들수록 야외 행사는 담요나 핫팩 같은 방한용품을 준비해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일부 행사장에서는 아예 방석이나 담요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올가을 들어 서울과 수도권 주요 공원,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리는 야외 영화 상영과 루프탑 행사는 11월 초까지 이어질 예정으로 공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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