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 대중교통 통합할인 잇따라 벤치마킹, 지자체 예산 부담 가중 우려

매달 6만 5000원이면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서울의 대중교통 통합할인 제도가 전국 지자체로 번지면서 재정 부담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시가 선보인 이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교통비 절감 효과로 호응을 얻었고, 이후 인천과 경기, 부산 등 여러 지자체가 유사한 통합할인권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할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구조여서,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일수록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교통 통합할인권은 월 일정액을 내면 지하철과 버스, 일부 지역에서는 따릉이 같은 공공자전거까지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시가 처음 시행한 이후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었고, 수도권 교통 수요를 흡수하면서 주변 지자체도 유사한 제도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인접 지역 주민들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서울만 할인 혜택을 주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통합할인권 가입자는 도입 이후 꾸준히 늘어 누적 가입자가 수백만 명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많은 가입자일수록 할인 체감 효과가 커, 출퇴근 거리가 긴 수도권 외곽 거주자들 사이에서 특히 호응이 높았다. 이에 인천시와 경기도는 권역을 넓혀 광역버스까지 포함하는 확장형 할인권을 선보였고, 부산시와 대구시도 자체 재원을 투입해 유사한 제도를 준비해왔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통합할인 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재원이다. 통합할인권 운영에는 운송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손실 보전금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이 비용을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재정 규모가 크고 지하철 운영 주체와의 협상력도 높은 편이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 중소도시는 같은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지방재정자립도 통계를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 간 격차가 여전히 큰 상태여서, 같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지자체별 부담 체감도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한 지방행정 분야 연구위원은 "동일한 생활권 안에서 교통 복지 수준이 지자체 재정력에 따라 갈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가 적고 세수 기반이 약한 지자체일수록 운송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쉽다"며 "결국 같은 돈을 내고도 받는 혜택이 지역마다 달라지는 구조적 불균형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통합할인권을 도입하려던 일부 지자체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행 시기를 조정하거나 할인 폭을 축소한 사례가 있다. 한 지자체 교통정책 담당자는 "서울과 같은 수준의 혜택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다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축소된 경우가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 없이는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국비 지원 없이 지방비만으로 교통 복지를 확대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담당자는 "매년 운송 사업자와 손실 보전 규모를 협상해야 하는데,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자체는 협상 테이블에서 할인 폭을 줄이자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최모 씨(38)는 "통합할인권 덕분에 한 달 교통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다만 거주지와 직장 소재지가 달라 어느 지자체 할인 제도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박모 씨(45)는 "서울은 혜택이 많은데 우리 지역은 비슷한 제도가 아예 없거나 혜택이 적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두 지역에 걸쳐 출장이 잦은 직장인 김모 씨(29)는 "지역마다 할인권 종류와 적용 범위가 달라 매번 어떤 카드를 써야 할지 헷갈린다"며 "교통카드 하나로 전국 어디서든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통합할인 정책이 교통비 부담 완화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재정 배분 체계를 손보지 않으면 지역 간 격차가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교통정책 분야 연구위원은 "광역 단위 교통망은 지자체 경계를 넘나드는 특성이 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가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한 원칙을 명확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운송 사업자에 대한 손실 보전 방식을 표준화하지 않으면 지자체별로 협상 결과가 달라져 혜택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연구위원은 "교통 복지는 거주 지역에 따라 질이 달라져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생활 서비스"라며 "국가 차원의 표준 모델을 만들고 지역별 재정 여건에 맞춰 보조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별 통합할인 제도 확산 상황을 점검하며 일부 재정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나 시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역시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한 교통 복지 사업 지원 체계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세부 방안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두 부처는 지자체 간 중복 협의와 예산 편성 과정에서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교통 통합할인 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할인 혜택의 유무를 넘어, 교통 복지를 어느 수준의 행정 단위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재정 여력에 따라 교통 복지 수준이 갈리는 현상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통합할인 제도를 운영 중이거나 도입을 준비 중인 지자체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며, 각 지자체는 매년 예산 편성 시기마다 운송 사업자와의 손실 보전 협상을 거듭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