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건기식 시장 급성장 속 과장 광고 논란 커져

장 건강에 좋다는 문구 하나로 월 매출이 몇 배씩 뛰는 제품이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즉 장내에서 유익한 작용을 하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담은 건강기능식품 이야기다. 최근 몇 년 사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 전체를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건기식 시장도 빠르게 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중 제품의 광고 문구와 실제 임상 근거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성장해 건강기능식품 전체 품목 가운데서도 홍삼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면역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장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을 다루는 뉴스와 콘텐츠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시장이 커지는 속도만큼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기준이 명확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현재 유산균 증식, 배변 활동 원활, 장 건강 등 제한된 범위에서만 기능성 표시가 허용된다. 면역력 강화나 다이어트, 피부 개선 같은 효과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기능성이 아니다. 그런데도 온라인 쇼핑몰이나 홈쇼핑에서는 이러한 범위를 넘어선 문구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몇 년간 과대광고 적발 사례를 꾸준히 발표하며 소비자 주의를 당부해왔다. 특히 모바일 쇼핑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체험 후기 형식의 광고가 늘면서, 기능성 표시 범위를 벗어난 문구를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과학계 내부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해석을 두고 온도차가 크다는 점이다. 장내 미생물 군집이 소화, 면역, 심지어 정신 건강과도 연관이 있다는 기초 연구는 활발하게 축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동물실험이나 소규모 관찰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어, 특정 균주를 섭취했을 때 사람에게서 동일한 효과가 재현되는지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평가다. 동물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한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장내 미생물과 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논문은 많지만, 특정 제품을 먹었을 때 특정 질환이 호전된다는 식의 인과관계를 입증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시험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균주마다, 개인의 장내 환경마다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흔해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상 논문 한두 편을 근거로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성급한 결론"이라며 "대규모 반복 연구를 통해 검증된 결과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는 균주 종류, 투여량, 섭취 기간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같은 '유산균'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더라도 락토바실러스나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속(屬) 안에서도 수백 가지 균주가 존재하고, 각 균주의 임상적 근거 수준은 제각각이다. 일부 균주는 설사 예방이나 과민성 장 증후군 증상 완화에 대해 비교적 탄탄한 임상 근거를 갖고 있지만, 그 밖의 대다수 균주는 사람 대상 연구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섭취 기간 역시 변수로 꼽힌다. 수 주 안에 효과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달을 복용해도 체감 변화가 없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기능식품을 꾸준히 구매해온 김모 씨(45)는 "광고만 보면 장 건강은 물론 피로 회복, 체중 관리까지 다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정작 라벨을 자세히 보면 인정된 기능성은 한두 줄뿐이라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제품을 바꿀 때마다 효과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워 구매를 주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경험을 호소하는 소비자는 적지 않다. 직장인 박모 씨(32)는 "친구가 추천한 제품과 광고에서 본 제품이 성분표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균주였는데도 둘 다 '장 건강'이라는 같은 문구를 내세우고 있어 비교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식품영양학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이 '유산균 균주 수'나 '보장 균수'라는 표현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며 "균의 숫자가 많다고 반드시 효과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위산과 담즙을 견디고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는 생존율이 더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임상시험을 거친 균주명과 용량이 명확히 표기된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제품 라벨에 '모 균주'라는 식으로 구체적 균주명을 밝히지 않은 경우, 임상 근거를 특정하기 어려운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기관과 유럽식품안전청은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건강 주장에 대해 엄격한 과학적 근거를 요구해왔으며, 상당수 제품의 광고 문구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제재를 받은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유럽식품안전청은 수년 전부터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용어 자체를 제품 표시에 사용하는 것에도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에는 해당 단어 사용을 제한해왔다. 국내에서도 한국식품과학회 등 학계를 중심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재현성과 임상적 타당성을 검증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균주별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소비자와 의료진이 근거 수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프로바이오틱스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주는 만능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 질환이나 면역 관련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제품 선택에 앞서 소화기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이나 면역 저하 상태에 있는 환자는 특정 균주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자가 판단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원과 식약처는 건기식 구매 시 제품에 표시된 기능성 내용과 인정 범위를 꼼꼼히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 연구는 여전히 성장하는 분야다. 다만 실험실 단계의 발견이 상업화된 제품의 효능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표시·광고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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