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을 둘러싼 유엔 차원의 대응이 쟁점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북한의 지뢰 매설 문제를 안보리에서 논의하기 위한 외교적 접촉과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차지훈 주유엔 한국대사는 안보리 대응 여부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지는 아직 미정”이라며 “정부의 전략적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미국과 다른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과 이 사안을 협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감에서는 지난 8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북한의 지뢰 문제를 제기한 조치의 의미와 안보리 대응 필요성을 놓고 여야 의원과 차 대사 사이에 공방이 이어졌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응 실적, 차 대사의 외교 전문성과 임명 배경, 뉴욕 관저에서 딸과 함께 사는 문제도 질의 대상이 됐다. 여당 의원들은 특임대사로서 자신감을 갖고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고, 차 대사는 우크라이나 관련 유엔 활동은 외교부 본부와 협의해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협의 여부 놓고 공방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북한의 DMZ 지뢰 폭발 사건이 남북 접경 지역의 요새화와 함께 일어난 사태라며 정전협정 무력화와 관련된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차 대사에게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할 계획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차 대사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안보리 대응 방침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미국 측과 이 문제를 협의했는지,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대사와 논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과도 관련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관 출신인 김 의원은 이사국 대사들과 만나 안보리에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인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외교부 본부에 알려 정부 판단을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 대사들과 만나 안보리에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인지 협의하고 그 결과를 본부에 알려줘야 정부도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판단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안보리에서 논의할 수 있는지 다른 국가의 반응을 파악하는 일이 정부 결정에 앞서 필요한 절차라는 취지로 질의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DMZ 도발이 있을 때 유엔이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장이라며, 총회 제1위원회 발언을 안보리 논의로 이어가는 대응을 요구했다. 그는 제1위원회 발언이 안보리로 가기 위한 예열이라고 주장하며 적극적인 외교를 촉구했다. 차 대사는 안보리의 중요성에는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현 사안에 안보리 대응이 필요한지, 총회에서 대응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안보리에서 회원국에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총회 발언 의미와 북한 측 반박

차 대사는 지난 8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북한의 지뢰 폭발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사과를 촉구한 조치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지뢰 문제를 총회에서 제기한 데 그치지 말고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고 맞섰다. 차 대사는 “자꾸 아마추어라고 하시는데, 안보리 서한보다는 총회에서의 발언이 사실상 좀 더 반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엔에서 회원국에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곳은 안보리라고 재차 지적했다. 차 대사는 “안보리의 중요성은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안보리 대응이 필요한 것이냐, 총회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냐는 다른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일 국감 관련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제1위원회 발언 뒤 북한 측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발언을 인용해 한국의 주장을 반박한 데 대해서도 대표부의 대응을 질의했다. 북한 측은 앞서 제1위원회에서 정 장관이 지뢰 사건을 북한의 의도적 공격으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해석에 다시 답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대사는 북한 측 발언에 답변권을 행사해 유엔과 한국의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지만, 북한과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가 의도적 공격이라고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뜻을 전달했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차 대사가 다른 대사들을 접촉해 지지를 모을 준비가 돼 있는지 확신이 없다며 안보리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책임을 대표부에 돌리기도 했다. 그는 “안보리에 (이 문제를) 가져가지 못하는 이유가 대사님일 수 있다”며 여러 대사와 접촉해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든다는 취지로 말했다. 차 대사는 총회 발언도 외교적 대응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국감에서는 제1위원회에서의 문제 제기와 안보리 논의 추진이 서로 대체 가능한지, 대표부가 이사국들과 사전에 어느 정도 협의해야 하는지를 두고 질의가 이어졌다.

북한 도발 대응 실적도 질의

차 대사의 취임 이후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응이 충분했는지도 쟁점이 됐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차 대사가 지난해 9월 취임한 뒤 한국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자 의장국이었던 기간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으며 “노력했는데 성과가 없는 것이냐, 노력하지 않은 것이냐”고 따졌다. 차 대사는 “계기가 있을 때마다 안보리 또는 총회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규탄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당일 국감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한동훈 의원은 전임 대사와 차 대사의 대북 관련 활동 건수가 다르다고 주장하며 활동 내역을 문제 삼았다. 한 의원은 북한 관련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는데 왜 차이가 나느냐고 질의했다. 보도에 전해진 의원의 비교 수치는 다음과 같다.

구분대북 관련 활동 건수
전임 대사11건
차 대사2건

차 대사는 한국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던 때와 임기가 끝난 뒤에는 외교 활동의 여건에 차이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원문 국감 보도에서 고 의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졌을 때 안보리 대응을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물었고, 차 대사는 안보리와 총회에서 규탄 발언을 해왔다고 답했다. 지뢰 사건 대응과 함께 북한의 기존 도발을 유엔에서 다루는 방식과 대표부의 활동 범위가 질의의 대상이 됐다.

앞서 지난 7일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방부가 유엔군사령부와 공동조사를 한 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공식화하고, 대북 통지를 통해 위반행위 중단과 원상복구를 촉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국방부는 북한의 군사분계선 일대 장애물 설치와 관련해 경계 부대의 병력·화력 배치 동향을 추적하고 감시 태세와 화력·방호력을 보강하겠다고 보고했다. 같은 국감에서 국방부 관계자는 군 당국이 2025년 9월 지뢰 매설 추정 지역을 식별하고 유엔사에 공동조사를 건의했지만 조사가 빨리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방 분야의 조치와 별도로, 이번 유엔대표부 국감에서는 안보리나 총회를 통한 외교 대응이 다뤄졌다.

대사 자격·가족 거주 문제까지

국감에서는 차 대사의 외교 전문성과 임명 배경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차 대사가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이력을 거론하며 “주유엔대사는 프로 중의 프로가 와야 하는 자리를 아마추어가 온 거냐”고 비판했다.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이 임명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차 대사는 “여기 와서 보니 직업 외교관이 아닌 대사들도 많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차 대사의 딸이 뉴욕에 거주 중이었던 점이 부임에 고려됐는지도 물었다. 차 대사는 딸이 뉴욕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부임하고 몇 달 뒤부터 관저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독립해 살던 장성한 딸이 맨해튼 관저에서 같이 지내는 것을 국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다. 차 대사는 “규정상 미혼 자녀는 같이 거주할 수 있다”며 “가족이 같이 거주하는 게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딸의 뉴욕 거주와 관저 동거에 관한 질문은 대사 임명 배경을 둘러싼 질의와 함께 나왔다.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일도 질의됐다. 외통위원장인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차 대사가 유엔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만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차 대사는 우크라이나 측과 “종종 소통은 하고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선) 없다”고 답했다. 이어 “우크라 관련 사안은 양자적 차원에서, 외교부 본부에서 대응하고 있다”며 유엔 차원의 활동이 필요할 경우 본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당 의원들은 차 대사에게 특임대사로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목표를 위한 전략을 물으며 대사가 독단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고 주미 대사와 외교부 본부 등을 통해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을 포함해 우려하는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도록 자신감을 갖고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국감에서 차 대사는 DMZ 지뢰 사건을 안보리에서 다룰지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표부는 지난 8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지뢰 문제를 제기했고, 우크라이나 관련 유엔 차원의 활동은 필요할 경우 외교부 본부와 협의한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대응 방침과 이사국 협의 여부를 둘러싼 질의는 국감에서 이어졌으며, 정부의 후속 결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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