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년 84세다. 아사노씨는 사고 직후 유족들이 결성한 ‘4·25 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가해 기업인 JR서일본의 안전 관리와 사고 원인을 추궁했다. 유족과 회사가 함께 사고를 검증하는 ‘과제검토회’ 설치를 이끌었고, 위원회는 16차례 논의 끝에 2011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징벌적 교육과 빡빡한 운행 시간표가 기관사의 동요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을 담았다.
| 구분 | 인원 |
|---|---|
| 사망 | 107명 |
| 부상 | 562명 |
주민과 행정의 대화를 지원한 도시계획 전문가
아사노씨는 고베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교토의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1975년에는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 도시 재개발 계획 등을 만드는 기업 ‘지역환경계획연구소’를 설립했다. 1960~1970년대 일본에서는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는 일이 잦았다. 아사노씨는 시민과 행정기관이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전문가의 지혜를 보태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시민이 행정기관과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다. 그 토대를 만들 수 있게 전문가의 지혜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개발과 재해, 공해 문제를 둘러싼 주민 지원에 참여했다. 1991년 나가사키현 운젠후겐봉 분화 피해지 복구를 지원했고, 아마가사키시 공해소송에도 힘을 보탰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가옥의 90% 이상이 사라진 고베시 스마구 지토세지구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부흥토지구획정리사업을 진행했다.
가족을 잃은 사고 뒤 유족 대표로 나서
사고는 2005년 4월 25일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 발생했다. 운행 중이던 열차가 곡선 구간에서 탈선해 선로변 아파트와 충돌했고, 107명이 숨지고 562명이 다쳤다. 아사노씨는 사고 전날 부인과 함께 지토세지구의 도로·공원 완공 기념식에 참석했다. 다음 날 사고로 부인 아사노 요코씨와 여동생 사카모토 지즈코씨가 숨졌고, 차녀 나호씨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초기 조사 과정에서 기관사 개인의 과속과 제동 조작이 주요 원인으로 다뤄졌다. 2015년 사고 10주기를 앞둔 당시 보도에 따르면, 사고 열차는 제한속도 시속 70㎞인 커브 구간을 시속 116㎞로 달렸다. 일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2007년 2월 300쪽이 넘는 최종 보고서를 정리했다. 아사노씨와 유족들은 공식 조사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사고 원인을 개인의 실수에 한정하지 않는 별도의 검증을 요구했다.
아사노씨는 유족들이 만든 ‘4·25 네트워크’의 대표를 맡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현 운수안전위원회)의 의견 청취 회의에 참석하는 등 활동을 이어갔다. 2010년 기자회견에서는 “사고 진상 규명은 사회적인 책무다. 개인의 배상만으로 끝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책 ‘궤도 이탈’에 실린 아사노씨의 발언을 소개한 참고 기사에 따르면, 그는 JR이 원인을 검증하고 결과를 유족과 피해자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이를 유족의 사명, 사회적 책임이라고 밝혔다.
유족과 JR서일본이 함께 만든 과제검토회
유족 측과 JR서일본은 사고 4년 뒤인 2009년 12월, 사고를 공동으로 검증하는 과제검토회를 설치했다. 공공교통기관 사고에서 유족과 가해 기업이 함께 조사기구를 만든 전례는 없었다. 유족들은 회사 내부의 경영 관행과 안전 관리 체계까지 다루는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사고 책임을 두고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회사의 참여를 끌어냈다는 내용도 2015년 사고 10주기 보도에 담겼다.
과제검토회는 16차례 논의한 뒤 2011년 4월 25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JR서일본이 사고가 날 때마다 기관사에게 책임을 돌리고 징벌적인 주간 교육을 부과해온 점을 짚었다. 운행 시간표가 여유 없이 짜인 점도 기관사에게 조바심이나 동요를 유발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보고서가 회사 측과 유족 측의 견해 차이를 함께 담았다는 당시 보도도 있었다. 운행 시간표와 기관사의 스트레스, 회사 책임을 놓고 양측이 의견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과제검토회 결과 발표 뒤에도 논의를 이어갔다. 아사노씨는 과제검토회 다음으로 만들어진 ‘안전팔로업회의’에도 주요 멤버로 참여해 사고 원인을 살피고 안전한 기업 풍토를 세우는 데 힘을 쏟았다.
보고서 이후의 안전 점검과 기록
JR서일본은 과제검토회 보고서를 계기로 과밀한 운행 시간표가 기관사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고의 전조를 비롯한 잠재적 위험 요소를 조직적으로 파악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사고 10주기 당시 보도에서는 유족과 회사, 전문가가 참여한 안전 점검 논의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2014년에는 안전 점검 회의가 보고서를 냈고, 유족 측은 안전관리 체제에 대한 제3자 평가도 요구했다.
2015년 보도에 따르면 JR서일본은 제3자 기관의 감사와 평가를 받기로 했으며,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외국계 기업이 참여해 법령과 안전 방침 준수 여부 등을 14개 항목으로 점검할 계획이었다. 당시 유족들은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영자의 책임과 안전관리 체계를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JR서일본 부사장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경영진과 현장의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다며, 제3자 평가를 받는 것이 가해 기업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고베신문 기자였던 마쓰모토 하지무씨는 아사노씨의 사고 이후 활동을 담은 책 ‘궤도 이탈’을 썼다. 책은 2018년 출간됐고 한국어판은 2023년 나왔다. 마쓰모토씨는 책에서 JR서일본의 폐쇄적인 조직 논리에 맞선 아사노씨의 활동과,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주민·기업·공권력 사이에서 협상과 조정을 거듭해온 경험을 다뤘다. 아사노씨는 유족 대표로 사고 원인과 기업의 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하며 과제검토회와 안전팔로업회의 활동을 이어갔다.
아사노씨는 고베대 대학원 졸업 뒤 도시계획 분야에서 일했고, 1975년 지역환경계획연구소를 세워 재개발과 재해 복구, 공해 문제를 다뤘다. 2005년 사고로 가족을 잃은 뒤에는 유족 대표로 JR서일본과 공동 검증을 추진했다. 별세 소식은 지난 13일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8일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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