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타주 주민투표에서 캐나다 잔류를 선택한 주민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캐나다의 주요 석유 생산지인 앨버타주에서 분리독립 추진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사실상 부결됐다. 앨버타 선거관리위원회의 20일 잠정 집계에 따르면 투표소 81%의 개표가 완료된 시점에 캐나다 잔류를 선택한 주민은 75.5%, 분리독립 절차를 시작하는 데 찬성한 주민은 24.5%였다. 이번 투표는 앨버타주가 즉시 독립할지를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독립 여부를 묻는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를 추진할지 선택하는 절차였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집계 결과는 잔류를 선택한 주민이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투표는 19일 현지시간에 실시됐고, 사전투표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됐다. 대니엘 스미스 앨버타 주지사는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여당인 통합보수당 내 분리주의자들의 압력에 따라 투표를 실시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결과가 나온 뒤 앨버타 주민들이 통합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분리주의 운동 지도자 키스 윌슨은 찬성표를 던진 주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앨버타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잔류 75.5%, 분리독립 절차 찬성 24.5%

앨버타 선거관리위원회가 20일 발표한 잠정 집계에서는 투표소 81%의 개표가 끝난 가운데 잔류 의견이 4분의 3을 넘었다. 분리독립 절차 개시 찬성은 24.5%에 그쳤다. 투표소 개표가 모두 완료되기 전 집계였지만 잔류 선택이 찬성보다 큰 격차로 앞섰다. 캐나다 공영방송도 초기 개표 결과를 토대로 잔류 지지 진영의 승리를 예측했다. 투표 결과는 분리독립 여부를 바로 확정한 것이 아니며, 다음 단계인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 추진 여부를 놓고 나온 선택이다.

선택잠정 집계
캐나다 잔류75.5%
분리독립 절차 시작 찬성24.5%
개표 완료 투표소81%
잔류 75.5%, 분리독립 절차 찬성 24.5% (자료: 연합뉴스)
잔류 75.5%, 분리독립 절차 찬성 24.5% (자료: 연합뉴스)

카니 총리는 성명을 통해 “앨버타 주민들은 분명한 선택을 했다”며 “그들은 통합을 선택했고, 함께 건설해 나가며 서로를 돌보는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는 각 부분의 합보다 더 위대하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주지사도 소셜미디어에 “앨버타 주민들은 통합된 캐나다 내에서 더 강력한 앨버타를 선택했다”고 적으며 예측 결과를 환영했다. 두 사람은 잔류 선택을 강조했지만, 윌슨은 “적어도 앨버타 주민의 4분의 1은 앨버타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구속력 없는 투표…독립 여부를 묻는 다음 단계 추진안

이번 투표 문항은 앨버타주가 캐나다의 주로 남을지, 또는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를 추진할지 선택하도록 구성됐다. 주민들이 이번 표결에서 독립을 직접 결정한 것은 아니다. 투표 결과에 법적 구속력도 없다. 분리독립을 실제로 결정하는 투표에 앞서 관련 절차를 시작할지를 물은 것이어서, 이번 부결은 분리주의 세력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제동을 거는 결과가 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잠정 집계에서 투표소 81%의 개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앨버타주에서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사전투표가 진행됐고, 본투표는 19일 치러졌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앨버타주 전체 유권자는 310만명이며, 잠정 집계 당시 140만표 이상이 개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원문 집계는 투표소 81% 개표 완료 시점의 찬반 비율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기사에서는 잔류 75.5%, 분리독립 절차 찬성 24.5%라는 잠정 수치를 기준으로 결과를 전한다. 과거 캐나다에서는 불어권 퀘벡주가 1980년과 1995년 두 차례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했으나 모두 부결된 바 있다.

석유 산업·연방 정책 둘러싼 갈등이 배경

앨버타주는 캐나다의 주요 석유 생산지이자 보수 진영의 거점이다. 앨버타에는 캐나다 석유 매장량의 98%가 집중돼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연방정부가 추진한 탄소세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이 주력 산업인 석유 산업을 위축시키고 지역 경제를 위협한다는 불만이 이어져 왔다.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고유 권한인 자원 개발과 이민, 사법, 복지 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불만도 분리독립 움직임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한쪽으로 모이지 않았다. 앨버타 주민 더스틴 데겐하르트는 “앨버타는 (연방정부로부터) 식민지 취급을 받아왔다”며 “그들은 우리에게서 계속 가져가기만 하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데이브 말카는 의료 서비스 대신 주민투표에 돈을 쓰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단결해야 할 최악의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분리독립 절차 시작에 찬성한 주민은 잠정 집계에서 24.5%였고, 잔류를 택한 주민은 75.5%였다.

카니 총리의 관계 재정립과 미국 관련 논란

지난해 취임한 카니 총리는 앨버타 주민들의 불만을 고려해 연방정부와 앨버타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힘써왔다. 앨버타에서 자란 카니 총리는 앨버타주를 일부 환경 규제에서 제외했고,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안으로 이어지는 새 송유관 건설을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지지했다. 투표에 앞서 주민들에게 안건 부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투표가 “국경 밖 일부 세력이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최악의 시기에 열린다”고 우려를 표했다.

투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캐나다 정부의 관계가 악화한 시기에 치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부르며 합병을 언급해왔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1월 앨버타주와 관련해 “미국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앨버타주 분리독립 운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개입 논란도 불거졌다. 카니 총리는 투표 결과 발표 당일 오전 스미스 주지사와 결과 및 이민 문제 등 연방·주정부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잠정 집계에서 잔류 선택이 앞선 가운데 카니 총리와 캐나다 통합 지지자들은 분리독립 추진안이 부결된 결과를 맞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완료되기 전 잠정 결과를 발표했으며, 스미스 주지사는 통합된 캐나다 안에서 더 강한 앨버타를 선택했다는 입장을 냈다. 주민투표는 구속력 있는 독립 결정이 아니라 향후 절차 추진 여부를 묻는 투표였고, 이번 결과는 그 절차에 찬성하는 주민보다 잔류를 택한 주민이 더 많았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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