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국정감사가 ‘쇼츠 국감’이라는 비판 속에 막바지 일정에 들어갔다. 국회는 26∼27일 법제사법·외교통일·국방·행정안전·보건복지·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를 진행하고, 28∼30일 운영·정보·성평등가족위원회 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감을 마친다. 지난 6일 시작된 국감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행사와 정부 외교·안보 정책, 청와대 인사 논란 등이 쟁점이 됐다. 그러나 여야의 고성과 파행이 이어져 정부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감 종료와 동시에 여야는 사상 최대 규모인 820조9천억원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남은 일정에 오른 외교·안보와 연금·범죄 대응
국감 마지막 일정은 26∼27일 6개 상임위원회의 종합감사와 28∼30일 겸임 상임위원회 3곳의 감사로 이어진다. 종합감사 대상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다. 이후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가 감사를 진행한다. 지난 6일 시작된 이번 국감은 각 상임위의 감사와 종합감사를 거쳐 30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한미동맹의 난기류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대한 정부 대응이 다뤄질 전망이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경찰개혁 문제가 의제로 올랐고,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초광역특구법에 담긴 주 52시간 특례 적용 예외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즉 자산 비중 재조정 유예 결정이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위원회 감사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문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성평등가족위원회는 관계성 범죄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부와 수사 당국의 대처를 살핀다. 국감은 종합감사를 포함한 상임위별 일정을 마친 뒤 종료되며, 국회는 곧바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남은 감사 일정에는 외교·안보 현안부터 경찰개혁, 연금 운용, 범죄 대응까지 각 상임위 소관 사안이 폭넓게 포함됐다.
조희대 대법원장 문제로 법사위 재격돌 예고
막바지 감사의 최대 격전지로는 26일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가 꼽힌다.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조희대 대법원장이 거부한 문제를 두고 여야가 다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사건 2심 무죄 선고 이후 조희대 사법부를 향한 비판을 강화해 왔다. 법원행정처 개혁 등 이른바 사법개혁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세를 위헌적인 사법부 공격으로 규정하고 맞대응해 왔다.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지난 6일 시작된 국감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법사위 종합감사에서는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와 이를 거부한 조 대법원장의 결정, 사법부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이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국감 막판에 관련 현안이 법사위 감사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청와대를 감사하는 운영위원회에서도 인사와 증인 채택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운영위에서는 증인 채택 문제와 야당이 이른바 ‘만사현통’이라고 주장하는 사안을 놓고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짧은 영상 확산 속 파행·조기 종료 잇따라
올해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의 고성과 막말이 담긴 짧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했다. 이 때문에 ‘쇼츠 국감’이라는 말이 나왔다. 법사위에서는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의 ‘부엉이바위’ 언급이 논란이 됐고, 민주당 소속 서영교 위원장과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서로를 ‘조직폭력배’, ‘여자 깡패’라고 힐난했다. 이 같은 설전은 짧은 영상으로 편집돼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홍보에 활용됐다.
쇼츠 촬영을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졌다. 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의 보좌진이 카메라로 회의 장면을 촬영하는 문제를 놓고 여당 의원들이 항의했다. 국감이 오후 7시 전에 끝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칼퇴 국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6일 과방위 국감은 이진숙 의원의 국감 제척을 둘러싼 공방 끝에 자동 산회했다. 당시 전체 의원 18명 가운데 4명만 질의를 마친 오후 6시 17분이었다.
여야 공방이 이어지면서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감사 시간이 줄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감 NGO 모니터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에 F학점을 매겼다. 모니터단은 보도자료에서 올해 국감의 키워드로 ‘유명무실’, ‘감사 포기’, ‘민원 해결 일반 증인’, ‘졸속 감사’, ‘3부 수장의 국감 외면’, ‘동료 의원 자격 검증 청문회’를 꼽고 “국감의 본령을 상실한 부실 국감”이라고 평가했다. 모니터단이 공개한 간이 평가 수치는 다음과 같다.
| 평가 항목 | 수치 |
|---|---|
| 회의록이 있는 기관 | 775곳 |
| 기관장이 질문을 받지 못한 기관 | 245곳 |
| 하루 감사에서 의원 1명의 평균 질의 시간 | 16분 |
| 답변 포함 질의 1회 시간 | 6분24초 |
| 전체 질의 횟수 | 5,587회 |
| 의사진행 등 발언 시간 | 29시간 |
| 감사 대상 기관 | 122곳 |
| 위원장 질의·발언이 위원 1인 평균보다 긴 기관 | 69곳 |
모니터단은 회의록이 있는 775곳 가운데 245곳에서 기관장이 질문을 한 번도 받지 못했고, 종일 앉아 있다 돌아간 기관장이 28명이었다고 밝혔다. 하루 감사에서 의원 1명이 질문한 시간은 평균 16분이며, 질의는 답변까지 포함해 1회 평균 6분24초였다고 설명했다. 질의 5천587회 대부분이 답을 들을 틈 없는 일방 질의였고, 의사진행 등 발언만 29시간이었다고도 했다. 감사 대상 122곳 중 69곳에서는 위원장의 질의·발언이 위원 1인 평균 질의보다 길었다고 지적했다.
국감 직후 820조9천억원 예산안 심사
국회는 30일 국감 종료와 함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착수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0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달 초순 정책질의를 진행한 뒤 예산소위를 가동할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820조9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확장재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정부안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일부 사업의 증액도 추진할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 예결위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철도 예산 등은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당 차원의 지역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나온 요구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논란이 된 소방공무원 인력 관련 예산도 증액 검토 대상이다. 민주당은 공공임대주택과 철도 예산, 소방공무원 인력 관련 예산 등을 놓고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했다. 여야의 주요 쟁점으로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이 꼽힌다. 정부는 162조원 규모의 기금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과 청년·지방·교육 등에 투자하고,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내년에 편성된 미래대응기금 사업비 45조3천862억원 가운데 17조5천770억원이 선심성 현금 살포 지출이라고 주장한다. 이 금액은 사업비의 40%에 해당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월 15만원씩 상품권을 주는 농어촌 기본소득에 1조1천658억원, 청년 문화예술패스에 7천925억원이 편성된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급증한 세수를 미래 성장에 투자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감은 26∼27일 상임위 종합감사와 28∼30일 겸임 상임위 감사로 마무리된다. 예결위는 30일 공청회에 이어 내달 초순 정책질의를 하고 예산소위를 가동할 예정이다. 여야는 국감에서 남은 현안을 다룬 뒤 사상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심사와 증액·삭감 논의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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