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8월 13일 총리 관저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해 "북방영토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의 고유한 영토"라며 "이번 방문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홋카이도 북쪽이자 러시아 쿠릴열도 남단에 있는 쿠나시리·에토로후·시코탄·하보마이 등 4개 섬을 북방영토라 부르며 러시아와 영유권 갈등을 빚어왔다.
러시아 타스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베리아·극동 지방을 순방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쿠릴열도를 사상 처음 방문해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함을 시찰하고 훈련 보고를 받았다. 이어 발레리 리마렌코 사할린주 주지사와 회의한 뒤 에토로후섬의 수산물 가공공장과 병원, 학교 등을 둘러봤다. 러시아 지도자 중 이 지역을 처음 찾은 인물은 2010년 대통령 재임 중 방문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며,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2024년 북방영토 방문에 의욕을 보인 이후 일본 정부가 방문 자제를 요청했지만 무위에 그쳤다며 "러시아는 중대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은 일본 국민의 감정에 상처를 주고 양국의 중장기적인 관계 회복을 어렵게 했다"며 향후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확실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방문 전날인 8월 12일 러시아 극동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러시아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했다"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일본을 위협하지 않고, 일본에 대해 어떤 영유권 주장도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푸틴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면서 향후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으며, 이 신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반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영토 분쟁에서 타협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국내외에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의 연합' 정상 간 회의에 지원 메시지를 보내 대러시아 제재 지속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같은 달 쿠릴열도에서 소련에 의해 추방된 전 거주자 후손들과 만나 "북방영토의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쿠릴열도는 현재 인구 2만명에 불과하지만 금·은 등 광물자원과 풍부한 수산 자원을 갖춘 지역으로, 소련이 1945년 이 지역을 점령한 뒤 일본인 주민을 추방한 이래 일본인은 거주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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