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중진 의원 간 골프 회동에서 개헌이 화두로 올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개헌 논의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연임은 없다'는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공세를 펴는 한편, 야당 중진 의원들과 골프를 치며 개헌을 화두로 꺼낸 이면에 개헌 처리를 위한 포섭 의도나 정계 개편 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내부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민의힘 주호영·박덕흠 의원 등 전·현 국회부의장과 가진 골프 회동에 윤재옥·송언석 전 원내대표도 함께했던 사실이 17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당혹감이 한층 커졌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에 "청와대의 요청에 응한 것은 여야 협치와 지역 현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당시는 개헌 논의 자체가 전혀 없었던 시기로, 회동 중에 개헌의 '개'자도 언급이 없었다. 저는 여야 합의 없는 개헌 추진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전 원내대표도 입장문에서 "개헌 논의는 일단 시작하면 모든 국가 사회적 어젠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 개헌 논의는 이 대통령과는 무관한 개헌 논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이 연임 독재의 꿈을 버리지 않는 한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적었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당내 개헌에 우호적인 의원들을 포섭해 개헌 밑그림을 그리고 개헌을 연결고리로 국민의힘 내부를 분열하려는 책략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정치적 이해가 맞으면 선거제도 개편, 총선 연대, 신당 또는 정당 재편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28일 "여야 협의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 내년에 개헌 논의를 본궤도에 올려놓겠다"고 예고한 바 있으며,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299명 중 3분의 2 이상인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석은 109석으로, 9명만 이탈하면 개헌저지선이 무너진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개헌 논의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김태호 의원은 "연임 포기가 개헌 진정성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먼저 보여야 진정성 있는 개헌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기호 의원은 골프 회동에서 나눈 대화를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고, 최형두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언론에서 개헌 찬성표를 빼내 오려고 이렇게 했다고 하는데 과도한 프레임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조건부라도 이재명 발 개헌 프레임 늪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썼으며, 박정훈·정성국 의원도 각각 "개헌이 죄 많은 권력자의 '탈옥 수단'이 될 순 없다", "2024년 총선에서 108석이라는 패배 속에서도 마지막 희망을 찾았던 것은 국민들께서 개헌저지선을 지켜주셨기 때문"이라며 반대 의견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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