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월 23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전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런 전쟁 상황에서 선거는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우크라이나를 분열시킬 쓰나미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우리가 나라를 파괴하고 싶다면 전시 선거를 치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지난 8월 18일 미하일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제기한 전시 선거 요구를 겨냥한 것이다. 페도로우 전 장관은 당시 "민주주의가 러시아에 인질로 잡혀선 안 된다"며 장기전 상황에서도 완전한 민주적 절차를 재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드론을 앞세운 전쟁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다가 지난달 돌연 해임됐으며,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거센 여론의 역풍이 일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페도로우 전 장관을 향해 "그는 스스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거나 누군가에게 떠밀리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고, 경질 직후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 대해서도 "언제부터 마케팅이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보다 더 중요해졌나"라며 "사회와 군인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5월 대선에서 승리해 취임했으며 임기는 2024년 5월로 종료됐어야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내려진 계엄령을 이유로 선거 없이 재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우크라이나 사회연구센터(Socis) 설문조사에서는 정치적 라이벌인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국 대사가 신뢰도 1위, 페도로우 전 장관이 2위를 차지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6위에 그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오는 9월 총선 이후 병력 30만명을 추가 징집할 계획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50만명 규모의 병력 증강이 추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앙 도시들에서는 징집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외곽 지역 위주로 모집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요청한 방공 요격미사일이 360기이지만 실제 제공 예상 규모는 264기에 불과한 반면, 러시아는 연간 최대 1천300기의 탄도미사일 생산능력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상반기 국방비 지출이 예상보다 높아 270억달러(약 37조4천200억원)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흑해를 통과하는 농산물 운송 선박 공격을 멈추자며 휴전을 제안했으나, 러시아는 자국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습 금지 보장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개발 중인 스타링크 유사 대안 인공위성 인터넷 통신 시스템이 오는 12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도 유럽과 함께 비슷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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