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즌 개막 앞두고도 비인기 종목 지원은 여전히 제자리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올해는 몇 개 팀이 남아 있을까'다. 겨울 스포츠 시즌 개막을 앞두고 빙상, 스키, 루지 등 동계 종목 현장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긴장감이 감돈다. 올림픽이 끝나면 관심이 식고, 관심이 식으면 예산이 줄고, 예산이 줄면 실업팀이 해체되는 흐름이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빙상장 개장 소식보다 어느 팀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먼저 들리는 계절이라는 자조도 현장에서는 낯설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집계하는 종목별 등록 선수 수와 실업팀 현황을 보면 동계 종목의 위축은 수치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하계 종목 상당수가 프로리그나 기업 후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선수단을 유지하는 반면, 동계 종목은 시도 체육회나 공기업 산하 실업팀에 의존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제는 이 실업팀들이 모기업의 경영 상황이나 지자체 예산 편성에 따라 존폐가 좌우된다는 점이다. 한 해 예산안이 바뀌면 선수단 전체가 해산 통보를 받는 일이 낯설지 않다. 선수단 해체 소식은 대개 시즌을 코앞에 둔 가을이나 겨울 초입에 전해지는 경우가 많아, 선수들이 대안을 마련할 시간조차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동계 종목 비인기 설움의 핵심은 '비시즌 투자 공백'으로 요약된다. 하계 올림픽 종목은 사계절 훈련과 대회가 이어지는 구조를 갖춘 경우가 많지만, 빙상이나 스키 종목은 계절적 제약 탓에 훈련 시설 가동 기간 자체가 짧다. 이 때문에 비시즌 동안 선수들이 체력을 유지하고 기술을 다듬을 수 있는 지원 체계가 끊기기 쉽다. 전지훈련이나 해외 전지훈련 예산이 한 해 전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종목일수록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내 빙상장이나 인공 슬로프가 일부 지역에만 설치돼 있어, 여름철 비시즌 훈련은 해외 전지훈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이 비용이 고스란히 선수단 운영비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대한체육회 산하 각 종목 연맹의 재정 현황을 살펴보면 동계 종목 상당수가 자체 수익 구조 없이 국가 지원금과 소수 기업 후원에만 기대고 있다. 광고나 중계권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종목의 경우, 선수 개인이 장비 구입비를 부담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스포츠산업 분야의 한 연구위원은 "동계 종목은 빙상장이나 슬로프 같은 시설 자체가 고가이기 때문에 민간 투자 유인이 구조적으로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올림픽 메달 이후 반짝 관심이 생겨도 지속적인 스폰서십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노출 빈도가 낮은 종목에 장기 후원 계약을 맺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결국 메달리스트 개인에게 후원이 집중되고 종목 전체 저변에는 투자가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굳어진다"고 말했다.

실업팀 해체는 선수 개인의 진로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한 종목에서 실업팀이 줄어들면 해당 종목을 배우려는 학생 선수 유입도 함께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체육 교육 현장에서는 동계 종목을 가르칠 수 있는 지도자와 시설이 수도권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에서 동계 종목을 시작하려는 학생이 훈련 시설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가 거주지를 옮기거나 기숙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애초에 동계 종목에 입문하는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전직 선수 출신인 김모 씨(38)는 "실업팀이 해체되면서 선수 생활을 일찍 접은 동료가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종목 특성상 훈련 시설이 제한적이라 한 팀이 없어지면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포기하는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이후 지도자로 전직하고 싶어도 자리 자체가 거의 나지 않아 결국 종목을 완전히 떠나는 선배들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증언은 공식 통계로 잡히지 않는 '보이지 않는 이탈'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비슷한 처지를 겪은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빙상 종목에서 활동했던 박모 씨(29)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갈 수 있는 실업팀이 사실상 한두 곳뿐이었다"며 "경쟁이 치열한 것이 아니라 아예 자리 자체가 없어서 운동을 그만둔 동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씨는 "성적이 좋아도 소속팀이 없으면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국내 동계 종목 지원 체계의 한계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국제스키연맹과 국제빙상연맹이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북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동계 종목을 지역 커뮤니티 스포츠로 편입시켜 생활체육 저변을 넓히는 방식으로 선수층을 유지한다. 이들 국가는 정부 지원과 지역 클럽 시스템이 결합돼 있어 특정 기업의 경영 상황에 선수단 존폐가 좌우되지 않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국내는 기업 실업팀 중심의 지원 모델이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클럽이 유소년부터 성인 동호인, 엘리트 선수까지 한데 아우르는 구조를 갖춘 국가들과 달리, 국내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연결고리가 약해 저변 확대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정책적으로는 동계체육진흥공단 설립이나 종목별 기금 조성 방안이 논의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체육 정책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동계 종목 지원을 올림픽 성적과만 연계하면 비시즌 투자는 항상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재정 모델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기업 후원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다년도 기금 형태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선수 은퇴 이후 지도자 전직 경로를 제도화하는 것도 저변 유지에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겨울에도 전국 각지 실업팀은 시즌 개막을 준비하며 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부 팀은 내년 예산 편성 결과에 따라 해체 여부가 결정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종목별 지원 예산 규모를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관련 통계는 체육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선수들은 예산 편성 결과가 나오는 연말까지 소속팀의 존속 여부를 알지 못한 채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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