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유류세 인상과 경제적 불평등에 반발해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 참여자들도 거리로 나왔고, 학교 대신 거리를 점령해 온 학생들의 집단행동과 맞물렸다. 노동총연맹(CGT)은 전국 1천750곳에서 집회가 열렸으며 참가자가 5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평화롭게 시작된 파리 집회는 일부 지역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방화와 약탈로 이어졌다.
교육환경 개선 요구에 생활비·연료비 항의 합류
학생 시위는 지난달 말 시작돼 3주 넘게 이어졌으며, 원문 보도 시점에는 4주째를 맞았다.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 거리에서 집단행동을 이어 왔다. 현장에서는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은 참가자들이 상당수 포착됐다.
지난 6일 열린 집회에는 프랑스 정부 추산 26만6천명이 참가했다. 지난 13일에는 파리 근교 생드니 집회에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참여해 젊은 세대가 논의에서 배제됐고 미래를 빼앗겼다고 비판했다. 이 집회는 고교생 중심의 행동에서 대학생과 노조, 퇴직자 등이 참여하는 연대 집회로 확대됐다. 17일 시위는 생활물가와 에너지 요금 급등을 겨냥해 예고됐고, 노란 조끼 운동의 일부 전직 핵심 인사들도 현장에 동참했다.
노란 조끼 운동은 2018년 정부의 유류세 인상 조치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반발로 시작해 수개월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상징한다. 파리 서부 교외에서 고등학생 딸과 함께 온 40세 소니아 마브루크 씨는 공공 서비스가 방치되는 등 “잘못 돌아가고 있는 모든 것”에 좌절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과거 노란 조끼 시위에도 참여했다는 그는 정부 정책이 “부유층에게는 호의를 베풀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만 늘 타격한다”고 말했다.
파리에선 평화 행진 뒤 충돌…연행자 약 100명
AFP와 유로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파리 집회는 참가자들이 프랑스 국가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행진하는 등 대체로 평화롭게 시작됐다. 그러나 도심 북동쪽 레퓌블리크 광장 등 파리 일부 지역에서 복면과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경찰에게 폭죽 등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동원해 이들을 해산했다. 광장 일대에는 연기와 물줄기가 뒤섞였으며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했다. 외신 사진에는 시내 중심가의 불타는 자동차와 약탈당한 상점, 최루가스와 물대포가 뿜어지는 현장도 담겼다.
파리 서부에서는 보수 성향 방송사 CNews를 포함한 언론사 2곳을 공격한 시위대 약 20명이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을 포함해 파리에서만 약 100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시위 전날 시민들에게 평화로운 집회를 촉구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충돌이 이어지자 “프랑스에서 폭력은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물 파손과 약탈 행위를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폭력과 재산 피해에 대해 처벌 방침을 내놨다.
| 구분 | 규모 |
|---|---|
| 전국 집회 장소 | 1,750곳 |
| 전국 참가자 | 50만명 |
| 전국 체포자 | 400여명 |
| 파리 연행자 | 약 100명 |
마르세유·리옹 등에서도 방화와 시설물 공격
파리 외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대와 공권력이 충돌했다. 프랑스 제2 도시인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가 도심 상점과 경찰서를 파손했고, 시청 건물에 한때 난입했다. 시청에 들어간 사람들은 벽에 무정부주의를 상징하는 철자 ‘A’를 그렸다. 일부는 1789년 프랑스혁명 때 군중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일을 빗대 “우리는 바스티유를 점령하러 간다”고 외쳤다.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 도심에서는 복면을 쓴 시위대가 던진 폭죽 등으로 관광안내소가 불탔다.
남서부 소도시 리모주에서는 시청 건물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내무부는 툴루즈와 그르노블, 앙제 등에서도 약탈 시도와 경찰관 공격, 거리 시설물 방화가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정부 기관과 언론사를 겨냥한 공격도 발생했다. 전국 집회 규모와 체포 인원은 CGT와 내무부가 각각 발표했다. 내무부가 집계한 전국 체포자는 400여명이다.
시위 현장의 양상은 지역마다 달랐다. 파리 집회는 국가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행진으로 출발했지만 레퓌블리크 광장 등에서는 폭죽 투척과 경찰의 최루가스·물대포 사용으로 충돌이 격화됐다. 마르세유에서는 상점과 경찰서, 시청이 피해를 입었고 리옹에서는 관광안내소가 불탔다. 리모주에서는 시청 건물에 불이 났다. 내무부는 여러 도시에서 경찰 공격과 방화, 정부 기관 및 언론사 공격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처벌 경고…정치권에선 책임 공방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경찰과 군사경찰이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극도로 격렬한 폭력”에 맞서 싸웠다며 이들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 전날 평화 시위를 촉구했으며,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뒤에는 폭력과 공공기물 파손, 약탈을 비판하고 엄격한 처벌을 예고했다. 집회에는 노란 조끼 운동의 일부 전직 핵심 인사들이 참여했다. 고교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요구를 적극 지지해 시위를 선동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극좌 성향 대선 주자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차기 대선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극우 진영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시위 중 폭력 행위를 저지른 이들을 극좌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들이 시위의 본래 취지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르펜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정당한 사회적 요구가 또다시 극좌 세력과 멜랑숑 의원 등에 의해 볼모로 잡혔다”면서 “이들은 폭력을 정당화하고, 무질서를 권리로 주장하면서 프랑스를 혼란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고 적었다. 마크롱 대통령과 르코르뉘 총리는 폭력 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고, 르펜 의원은 폭력 시위의 책임을 극좌 세력에 돌렸다.
다음 프랑스 대선은 내년 4월 막이 오른다. 노란 조끼 운동 지휘부가 독려한 집회에 수십만명이 호응해 참여한 만큼, 2018년 전국으로 확산해 마크롱 정부를 궁지에 몰았던 운동이 대선을 앞두고 다시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집회는 고교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요구와 고물가·연료비 항의가 함께 표출된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열렸고, 프랑스 내무부는 전국 체포 인원을 400여명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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