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민간업자에게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5-2부는 21일 선거자금 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1심이 인정한 3억원 가운데 2억원만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박 전 특검에게는 벌금 2억원과 추징금 2억원도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양재식 전 특검보는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대장동 사업 청탁 대가로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관련 혐의는 1심에 이어 무죄였다. 두 사람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에서 다시 구속되지는 않았다.
선거자금 수수액 3억원 중 2억원만 유죄
서울고법 형사15-2부(이희준·성언주·원익선 고법판사)는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의 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 등 혐의 항소심에서 변협 회장 선거자금 수수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11~12월 남욱 변호사에게 변협 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양 전 특검보에게는 이 금품 수수에 공모한 혐의가 적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 전 특검보의 공모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이 우리은행의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논의 참여 등을 박 전 특검에게 청탁했다고 봤다. 당시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자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 재직했고, 재판부는 은행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권한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 전 특검의 직무와 선거자금 수수 사이에 관련성과 대가 관계가 있다고 봤다. 다만 남 변호사가 나머지 1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3억원 전액이 전달됐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1심과 항소심의 선고 결과는 다음과 같다.
| 피고인·항목 | 1심 | 2심 |
|---|---|---|
| 박영수 징역 | 징역 7년 | 징역 6년 |
| 박영수 벌금 | 5억원 | 2억원 |
| 박영수 추징금 | 1억5000만원 | 2억원 |
| 양재식 징역 | 징역 5년 | 징역 5년 |
| 양재식 벌금 | 3억원 | 2억원 |
박 전 특검은 항소심에서 징역형이 1년 줄었고 벌금은 3억원 낮아졌다. 추징금은 1심의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었다. 양 전 특검보의 징역형은 유지됐고 벌금은 1억원 줄었다. 두 사람은 1심 선고 때 법정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이들을 재구속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직무와 선거자금 사이 대가성 인정
재판부는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에서 맡았던 직책과 민간업자들의 사업 관련 청탁을 함께 살폈다. 민간업자들은 대장동 사업을 위해 우리은행이 컨소시엄 논의에 참여하는 문제 등을 박 전 특검에게 청탁했고, 박 전 특검은 당시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 은행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직무 권한과 선거자금 수수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거자금이라는 명목만으로 직무와 무관한 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에서 달라진 부분은 인정된 금액이었다. 1심은 공소사실에 적힌 선거자금 3억원을 모두 받았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2억원만 입증됐다고 봤다. 나머지 1억원 공여에 관한 남 변호사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등이 판단 근거였다. 재판부는 박 전 특검에게 벌금 2억원과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금융기관 업무의 공공성과 박 전 특검의 경력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의 사업은 공공적 성격을 지니고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임직원에겐 공무원과 같은 청렴 의무가 부과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검사로 오래 재직하며 이를 알면서도 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선거자금 수수와 관련해 양 전 특검보가 공모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되면서 양 전 특검보는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선고 뒤 박 전 특검은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됐습니다”라고 말하고 법원을 떠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거자금 수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한편, 그 밖의 주요 공소사실은 무죄 또는 면소로 판단했다. 그 가운데 우리은행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과 50억원 약정, 딸을 통한 11억원 수수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민간업자들로부터 200억원과 단독주택 부지 등을 약속받았다는 혐의는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면소됐다.
50억원 약정·딸 통한 11억원 수수는 무죄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우리은행 여신의향서 발급 등을 돕는 대가로 5억원을 받고, 추가로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특검이 5억원을 받았다고 지목된 시점에는 이미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등 직위에서 물러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해당 금품 수수에 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도 50억원 지급 약속이나 그 전제가 된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전 특검이 특검으로 임명되면서 약속받은 50억원을 받기 어려워지자,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일하던 딸을 통해 11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도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당시 박 전 특검과 딸이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해 경제적 동일체로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딸이 받은 돈을 박 전 특검이 받은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해당 혐의 역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에서 결론이 유지됐다.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가 민간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의 대장동 사업 참여와 특정 증권사의 컨소시엄 배제 등을 청탁받고 200억원과 단독주택 부지 등을 약속받았다는 혐의는 면소됐다. 재판부는 이 부분의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약속한 금품 가액이 200억원으로 확정됐다는 점과 단독주택 제공에 관한 양측의 의사 합치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 혐의가 성립하려면 약속한 금품 가액이 정액으로 확정돼야 한다는 점도 판단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과 피고인 사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그 과정에서 200억원의 토지보상 수수료 등이 거론된 점은 인정된다”며 “하지만 지급 방법에 관한 민간 업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약속한 이익과 가액이 확정됐다거나 관련된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가 아니라 면소로 결론 났다.
1심도 50억 클럽 혐의는 무죄 판단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는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항소심 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된 핵심은 남 변호사에게서 받은 변협 회장 선거자금이었다. 1심은 선거자금 3억원 수수만 유죄로 판단했으며, 나머지 공소사실은 무죄 또는 면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역시 다른 혐의에 대한 판단을 유지하면서 선거자금 액수만 2억원으로 좁혔다.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수익을 고위 법조인과 언론인 등 6명에게 나눠주기로 계획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2021년 9월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권순일 전 대법관, 박 전 특검, 곽상도 전 의원,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대통령 민정수석을 언급하며 ‘50개’씩 챙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은 50억원 수수와 직접 관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문에 따르면 곽 전 의원은 1심에서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의 변호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으며, 2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홍 회장은 김씨에게 수십억원을 빌리고 1000만원대 이자를 면제받은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고 형이 확정됐다. 김 전 총장과 최 전 수석은 공소청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박 전 특검은 항소심에서도 50억원 약정과 딸을 통한 11억원 수수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고, 200억원 및 단독주택 부지 약속 혐의는 면소됐다. 선거자금 수수 혐의는 2억원에 한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2억원이 선고됐다. 양 전 특검보도 선거자금 수수 공모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를 유지하며 항소심 선고를 받았고,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구속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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