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는 중앙선관위 (사진= 연합뉴스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선관위 직원이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선관위는 계속된 수사로 고인이 심리적 부담을 겪었다며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속히 확인해 달라고 밝혔다.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변호인 입회 아래 조사를 진행했고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었다며 반박했다. 경찰은 사망 경위와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선관위 직원의 사망을 두고 조사 과정에 대한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는 가운데, 특검팀은 선거용품 용역계약 입찰비리 의혹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피의자 조사 다음 날 화성 아파트 화단서 발견

중앙선관위 선거기반과 소속 사무관급 5급 공무원인 40대 남성 A씨는 21일 오전 7시 6분께 경기 화성시 봉담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특검 수사 과정에서 느낀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관위와 특검팀은 조사 과정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내놨으며, 경찰은 사망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A씨는 사망 전날인 20일 오전 선관위 특검팀에 출석해 입찰방해와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올해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함과 투표소 안내문 등 선거용품 관련 용역계약 전반을 들여다보며 입찰비리 의혹을 수사해왔다. A씨는 변호인이 입회한 가운데 조사를 받았다. 선관위는 21일 입장문에서 “이번 사안을 엄중히 받아들이며 관계 기관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가 조속히 확인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선관위와 변호사, 조사 과정에서 압박 있었다고 주장

선관위는 “계속된 수사로 인해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겪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된 점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에 대해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직무에 헌신하여 다른 공무원들의 귀감이 되는 선관위 직원이었다”고 했으며, 유가족과 동료 직원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선관위는 필요한 수사절차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이후 수사에서 직원들의 인권 등이 침해되지 않도록 특검에 요청했다.

고인의 조사에 입회한 법무법인 도담의 박현정 변호사는 조사 당시 수사진이 피의자의 앞·뒤·옆에 앉았다고 전했다. 그는 “피의자를 3면으로 둘러싸고 마치 공격하듯이 (수사)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피의자를 “마치 정말 너무 큰 잘못 저지른 중범죄자처럼 (피의자를) 대했다”며 “사람 같지 않게 함부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옆에서 듣던 검사가 일어나 목소리를 높여 따지듯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정해놓은 답을 듣기 위해서 소리높여서 압박하는 것은 강요라고 말씀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과 조사 담당자의 계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조서에 증거를 제시했다고 적혔지만 변호인 측에는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피의자 신문조서에 '(증거를) 제시하며'라고 기재를 했었다. 저희한테는 보여주지 아니한 채 조서에는 마치 제시해서 수사받은 것처럼 해놨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상 경위 계급 이상 경찰공무원은 사법경찰관으로 수사하고 경사·경장 등은 사법경찰리로 수사를 보조한다는 점을 들어, 오전 조사에서 경장 계급 수사관이 조서를 작성한 것도 문제 삼았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다른 피의자 측이 항의한 뒤 오후부터 경위 이상으로 추정되는 수사관이 신문 과정에 첨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특검팀 “강압 없었다”…조사·조서 내용 이의 없었다고 설명

특검팀은 선관위와 변호인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전체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 조사와 조서 내용에 대한 이의 제기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변호인 입회 아래 조사를 받았고, 야간 조사를 원하지 않아 오후 8시 55분께 신문을 끝냈다고 밝혔다. 특검팀에 따르면 A씨는 조사가 끝난 뒤 1시간 45분가량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했고, 답변 가운데 40여 곳을 자필로 수정했다.

특검팀은 조사 중 점심·저녁 식사 시간을 포함해 모두 다섯 차례 휴식 시간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제시한 조사 경과는 다음과 같다.

구분시간·횟수
실제 조사 시간7시간 35분
휴식 시간3시간 20분
조서 열람1시간 45분
휴식 횟수5회
출석부터 귀가까지13시간

원문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전 출석해 오후 8시 55분께 조사를 마쳤고, 조서를 열람한 뒤 출석 13시간 만인 오후 11시께 귀가했다. 특검팀은 휴식 시간을 제외한 실제 조사 시간이 7시간 35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선관위가 심야까지 조사를 받았다는 취지로 입장을 낸 데 대해서도 심야 조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면서, 앞으로 인권보호법령을 준수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용품 계약 의혹 수사 이어져…경위 확인은 경찰 몫

특검팀 수사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올해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선거용품의 용역계약을 대상으로 진행돼왔다. 수사 대상에는 사전투표함과 투표소 안내문 등이 포함됐다. A씨는 이 계약과 관련해 입찰방해와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박 변호사는 업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과실이나 부주의까지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고인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데 억울해했다고 전했다. 이는 변호인 측 설명이며, 특검팀은 조사 과정에 강압이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선관위는 앞으로도 필요한 수사절차에 책임 있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특검에 선관위 직원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선관위의 입장 발표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수사를 계속해 각종 의혹과 비리의 책임 소재를 밝히겠다고 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와 유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선관위와 특검팀은 조사 과정과 관련해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은 상태다.

경찰의 사망 경위 확인과 특검팀의 선거용품 계약 수사가 각각 진행되고 있다. 선관위는 수사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특검팀은 인권보호법령을 준수하겠다고 했다. 사망 경위에 대한 관계 기관의 확인과 함께, 특검팀은 선거용품 용역계약 입찰비리 의혹의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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