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미국·러시아·중국 정상 간 3자 회담을 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21일(현지시간) 중국 측이 회담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는 정상회담 한 차례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종전안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11월 중순 미국이 중재하는 3자 평화협상은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 측 준비 중인 APEC 계기 정상회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21일 기자들에게 “중국 측이 회담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APEC 기간에 3자 회담을 포함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하면서도 “3자 회담 한 번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회담은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되고 있다. 구체적인 개최 날짜와 의제, 정상들의 참석 여부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회담 구상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제안한 것으로 외신 보도에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여하는 정상회담을 APEC 기간에 열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동의하지 않았지만,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담 주제에 대해 우크라이나 문제가 아니라 핵무기와 비핵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한편,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한다면 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외신 보도에 전해졌다.
외신 보도는 회담 장소를 중국 선전으로 거론했고, APEC 정상회의가 다음 달 18~19일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21일 발표에서 회담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나 형식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우샤코프 보좌관이 말한 ‘3자 회담’과 러시아가 별도로 재개할 준비가 됐다고 밝힌 ‘3자 평화협상’은 발표에서 각각 언급됐다. 크렘린궁은 APEC 회담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덧붙여, 정상회담 추진과 종전 협상의 진전을 구분했다.
푸틴·윗코프 회담서 경유 거래와 사업 논의
푸틴 대통령은 이날 윗코프 특사와 약 3시간 동안 회담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국 간 디젤 거래 이행이 회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윗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석유를 미국과 세계시장에 공급하기로 한 이른바 ‘경유딜’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윗코프 특사는 우크라이나 분쟁이 끝난 뒤 양국의 경제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유딜에 따라 러시아산 경유 4만t을 실은 유조선이 22일 미국으로 첫 출항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비료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하며 경제협력 복원에 관심을 보였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두 사람이 양국 간 대규모 경제사업의 추진 가능성을 상세히 논의했고, 몇 건은 실현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윗코프 특사는 협의 중인 사업으로 에너지 사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들었다.
| 항목 | 규모·일정 |
|---|---|
| 푸틴·윗코프 회담 | 3시간 |
| 러시아산 경유 첫 선적 | 4만t |
| 유조선 미국 출항 예정일 | 22일 |
경유 거래와 관련한 이전 경과도 회담 배경으로 거론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통화에서 미국이 러시아산 경유를 사들이고 국제시장 판매를 돕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통화에서 APEC 계기 3자 회담 제안도 함께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 크렘린궁 발표는 실제 첫 선적이 22일 예정돼 있다고 밝히고, 이날 푸틴 대통령과 윗코프 특사가 거래 이행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에너지·AI 사업의 구체적인 규모나 계약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종전안엔 불만…협상 재개 가능성은 열어둬
크렘린궁은 윗코프 특사가 전달한 종전안에 대해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미국 측이 노르웨이 오슬로 회담에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지만, 그 변화가 러시아를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은 노르웨이 오슬로 회담에서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태도에서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다고 했지만 그 변화가 우리를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 발표에는 종전안의 세부 내용이나 러시아가 요구한 수정 사항은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협상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가 원칙적으로 11월 중순 3자 평화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협상 장소로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발표는 협상 재개 시점을 11월 중순으로 제시했지만, 정확한 날짜와 참석자, 의제는 공개하지 않았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거론되는 미·중·러 정상회담과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협상은 각각 별도의 일정으로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과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협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우크라이나를 대표해 다른 사람이 협상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들었다면 더 나은 합의를 더 일찍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외신 보도는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APEC 계기 회담이 우크라이나가 참석하지 않는 미·중·러 구도로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21일 발표에서 해당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참석 형식이나 우크라이나의 참여 여부를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인 구금자 석방 뒤에도 이어진 우크라이나 피해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과 윗코프 특사의 회담에 앞서 러시아에 구금돼 있던 미국인 스티븐 허버드를 석방했다. 허버드는 미국 미시간주 출신으로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던 중 전쟁이 시작된 2022년 우크라이나군과 계약을 맺고 용병으로 활동한 혐의로 러시아에 붙잡혀 기소됐다. 석방은 이날 회담에 앞서 이뤄졌다고 전해졌지만, 크렘린궁 발표에는 석방의 구체적인 경위나 양국 회담과의 연관성은 담기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지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밤 공격으로 민간인 4명이 숨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변전소 등 에너지 시설과 오데사항의 선박을 타격했다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미국의 정보·방공망 지원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을 막기 위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필요하지만, 미국이 지원 승인을 미루고 있고 미사일 재고도 바닥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미국이 제공하던 첩보 지원에도 차질이 생겨 시내 공습경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드론 운용에 필요한 스타링크 기능도 저하된 상태라고 전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이날 회담에서 경제사업과 경유 거래, 종전안을 논의했지만, 크렘린궁 발표에는 우크라이나 방공 지원이나 민간인 피해에 관한 논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다음 달 APEC 정상회의 기간의 미·중·러 정상회담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11월 중순 미국 중재 평화협상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의제, 협상 장소는 아직 확정 내용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러시아산 경유를 실은 유조선은 22일 미국으로 첫 출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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