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들어가 투표지 약 247만장에 대한 공개 검증을 준비했다. 특검팀은 투표지 수량과 기표·인쇄 상태, 보관 장소 CCTV, 투표·개표 장비의 오류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었다. 현장에는 특검팀과 선관위 직원, 국회 참관단, 언론인 등이 입장했으며 경찰은 질서 유지를 위해 인력을 투입했다. 특검팀은 이번 작업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공직선거법상 재검표가 아니라 수사 활동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52일째인 이날 경찰 협조를 받아 핸드볼경기장 내부로 들어갔다. 경기장은 6·3 지방선거 당시 송파구 개표소로 사용됐다. 선거 뒤 경기장 주변에서는 봉쇄 시위가 이어졌고, 지난 9월 8일에는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관계자들이 경기장 내부에 들어가 짐을 챙겨 나왔다. 이날 문이 열린 것은 그로부터 50일 만이었다. 특검팀은 검증 전날인 27일 경기장 안에 보관된 선거 관련 서류와 CCTV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특검팀과 선관위 직원 등이 오전 8시 28분께 먼저 입장했고 국회 참관단은 오전 9시께, 언론인 50여명은 오전 9시 7분께 들어갔다. 오전 9시 15분께 입장이 끝난 뒤 출입은 통제됐다. 입장자들은 신원 확인과 짐 검사, 몸수색을 거친 뒤 이상이 없는 경우 비표를 받아 내부에 들어갔다. 사전 등록 없이 경기장에 들어가려 한 사람은 통제됐고, 유사한 비표를 위조해 들어간 사람이 확인돼 퇴거 조처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사전에 출입 등록이 되지 않은 분들은 나가달라”며 “형사 처벌이 따를 수 있으니 통제에 따라 달라”고 안내했다.
현장에는 특검팀 수사관 약 110명, 검증을 보조하는 중앙선관위와 시도별 선관위 직원 약 500명,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 국회 참관단 100여명, 언론인 50여명이 모였다. 경찰은 48개 기동대와 3000여명을 투입해 질서 유지를 맡았다. 경기장 안에는 테이블 45개가 놓였고, 테이블마다 선관위 직원과 특검 수사관, 검증 참관인 등 약 12명씩 배치됐다. 각 테이블 위에는 투표지 분류기와 심사계수기 등이 놓였다.
| 구분 | 인원·수량 |
|---|---|
| 특검팀 | 110명 |
| 선관위 직원 | 500명 |
| 국회 참관단 | 100여명 |
| 언론인 | 50여명 |
| 경찰 | 3000여명 |
| 검증 테이블 | 45개 |
투표지 수량·인쇄 상태와 CCTV, 개표 장비 확인 계획
특검팀이 검증 대상으로 삼은 것은 송파구 투표지 약 247만장과 현장 CCTV 등이다. 특검팀은 투표지 수량에 증감이 있는지, 보관된 투표지가 위조됐는지, 기표와 인쇄 상태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 투표지 보관 상자의 상태와 봉인을 살펴본 뒤 상자를 열어 전체 수량을 확인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해당 투표지를 따로 분류해 감식과 정밀 감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선관위 직원들은 투표지 수량 확인 등을 보조하고, 검증 자체는 특검팀이 진행한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상이 있는 투표지가 나오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지원받은 장비를 활용해 감식하고, 별도 분류한 뒤 정밀 감정을 맡길 계획이었다. 특검팀은 1차 확인에 필요한 장비도 준비했다고 앞서 밝혔다. 검증은 투표지 숫자만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표와 인쇄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절차로 계획됐다. 특검은 투표지와 관련 물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별도 감정이 필요한 대상이 있는지 판단할 예정이다.
경기장 안 물품 보관 장소의 CCTV도 확인 대상이다. 특검팀은 영상 등을 살펴 외부 침입 흔적이 있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며, 검증 전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CCTV 자료 분석도 진행하기로 했다. 투표와 개표에 쓰인 투표지 분류기 등 각종 장비는 별도로 점검해 해킹이나 오류 가능성을 확인한다. 특검팀은 CCTV, 투표지, 투·개표 장비를 중심으로 검증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태한 특검은 경기장 입장이 완료된 뒤 “철저한 검증을 위해 특검의 모든 이용 자원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촬영 허용 놓고 참관인 항의…오전 11시까지 검증 못 해
검증 절차는 촬영 문제를 둘러싼 항의로 시작부터 막혔다. 이태한 특검이 발언하던 중 ‘검증 참관인’ 명찰을 단 형광 노란 조끼 차림의 남성이 테이블에서 일어나 현장 촬영과 녹화가 금지된 점을 지적하며 촬영을 전면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특검팀은 개인 촬영을 허용할 경우 보안상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원칙적으로 불허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의를 제기하면 해당 투표지를 분류해 특검 수사관이 촬영하고 증거 수집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참관인은 특검팀이 촬영한 자료가 파기될 수 있다며 전면 촬영을 다시 요구했다. 국민의힘 김민수 의원도 “수사하는 이 엄중한 자리에서 촬영과 녹화를 못 하게 하면 어떡하냐”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본격적인 검증 절차는 시작되지 못했다. 국민의힘 장동혁·김태규·신동욱 의원 등도 특검팀 관계자들을 향해 항의했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식·채현일 의원은 국민의힘 측 참관인들에게 특검팀의 절차를 따르라고 요구했다.
현장에서는 여야 참관인들이 서로 “조용히 하라”고 외치며 밀치는 장면도 목격됐다. 국민의힘 참관단 측에서는 “이러다 국민의힘 참관인이 다 나가면 감당할 수 있겠냐”는 고성이 나왔다. 한 일반 참관인은 “촬영하지 못하면 철수하자. 이 검증은 무효”라고 소리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검팀과 논의한 뒤 내부 회의를 위해 검증 장소인 개표소 밖으로 나갔다. 특검팀은 상황이 이어지자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측 일반 참관인들은 ‘촬영 금지는 사기 검증’, ‘개표 참관보다 못한 특검 검증’이라고 적은 A4용지 피켓 시위도 준비했다.
주변 시위대와 경찰 배치…특검은 수사상 검증이라고 설명
특검팀과 선관위 직원 등은 이날 오전 7시 40분께부터 경기장 인근에 모였다. 주변에는 300명 이상의 시위대가 집결해 “선관위 구속”, “부정선거 재선거” 등의 구호를 외쳤고, ‘전산조작 부정선관위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도 보였다. ‘올공과학검증단’이라고 쓰인 조끼를 입은 사람들도 현장에 있었다. 추운 날씨에 패딩과 모자 등 방한용품을 착용한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특검팀은 이번 검증이 공직선거법상 재검표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재검표는 선거 결과에 이의가 제기됐을 때 선거쟁송 과정에서 실시되지만, 이번 작업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임의 검증이라는 설명이다. 특검팀은 검증 결과가 지방선거 당선인 결정이나 득표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태한 특검은 검증과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통해 현행 선거관리사무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가 회복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초 특검팀은 공개 검증을 이날 오전부터 자정 무렵까지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오전 11시 기준 촬영 허용을 둘러싼 항의가 계속돼 검증은 시작되지 않았고, 종료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검증을 마친 뒤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투표지는 송파구 선관위가 보유한 별도 창고로 옮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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