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시베리아·극동 지방을 순방 중이던 푸틴 대통령은 8월 13일 쿠릴열도 4개 분쟁 섬 가운데 하나인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를 방문했다. 그는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캐비어를 시식한 데 이어 지역 학교와 병원을 둘러보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으며, 발레리 리마렌코 사할린주지사와 업무 회의도 진행했다. 러시아 대통령이 쿠릴열도를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대통령 재임 시절이던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네 차례 이곳을 방문했고,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도 2021년 이투루프를 다녀갔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인 8월 12일 극동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태평양함대 기함이자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미사일순양함 바랴그함을 시찰하며 훈련 보고를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쿠릴열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이는 2차 대전 이후 발생한 현실로, 국제 문서에 명시된 사항"이라고 일축하면서 "우리는 일본을 위협하지 않고, 일본에 대해 어떤 영유권 주장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러시아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했다"며 일본이 최근 방위백서에서 러시아를 위협 요인으로 지목한 사실도 거론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치가와 케이이치 국가안전보장국장으로부터 푸틴 대통령의 방문 내용을 보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열어 "북방영토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의 고유한 영토로, 이번 방문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은 일본 국민의 감정에 상처를 주고 양국의 중장기적인 관계 회복을 어렵게 했다"며 향후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확실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일관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본은 가능한 한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덧붙였다.
쿠릴열도는 현재 인구가 2만명에 불과하지만 금·은 등 광물자원과 풍부한 수산 자원을 보유한 지역이다. 러시아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쿠나시르(쿠나시리), 이투루프(에토로후), 하보마이, 시코탄 등 4개 섬을 포함한 쿠릴열도 일대를 장악한 뒤 일본 주민을 추방하고 병력을 주둔시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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