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20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놓고 한국을 향해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김 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훈련이 축소된 상황을 두고 "그리도 즐겨하던 전쟁놀이를 못하게 된 서울의 가긍한 처지"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돌연 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서울은 제일 즐겨하던 '전쟁놀이' 판을 거두어야 하는 가긍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이번 훈련 축소를 "몸통이 잘린 반쪽짜리 연습", "노른자위가 빠진 빈껍데기 연습"이라고 표현하며 한국에 "사상 처음 있는 '변고'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 통수권자의 일방적인 지령에 따라 쌍방 간 조율도 없이 미군이 꼬리를 사려도 항변 한마디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지휘권을 상전에게 맡긴 허수아비 군대의 숙명"이라며 "국방과 안보를 외세에 내맡기고도 '스스로 지킬 능력이 차고 넘친다'고 자평하는 한국이라는 실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태를 "한국 당국의 비현실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망상과 안보관이 초래한 응당한 참사"이자 "인과응보"라고 규정했다.
김 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실명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힌 데 대해 "낯간지러운 소리로 아첨"한다고 했고, 동시에 '자주국방'과 '독자적인 군사력 확보'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안팎이 다른 이중적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의 안보지원이 더이상 공짜가 아니라는 것은 세계가 목격하고 있는 눈앞의 현실"이라며 "차라리 이 기회에 철두철미 예속적인 자기의 처지나 제대로 학습하고 생존의 답을 찾는 것이 어떻겠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전날 미국을 겨냥한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하루 만에 한국을 향한 담화를 발표했으며, 두 차례 모두 미국 시간을 고려해 심야에 공개됐다. 전날 대미 메시지에서는 비교적 절제된 톤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언급해 대화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 반면, 이번 대한국 담화에서는 "허수아비", "올데갈데 없는 괴뢰" 등의 표현을 동원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이번 담화의 목적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자체보다 그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한미 간 비대칭성을 부각해 한국의 안보자율성과 한미동맹의 신뢰성을 공격하려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은 21일 조기 종료된다. 지난 17일 시작된 이번 훈련은 당초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축소 지시로 기간이 11일에서 5일로 줄었다. 진행 중인 전구급 한미 연합훈련의 기간과 규모가 축소된 것은 이번이 사상 초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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