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순옥 역의 김혜자 (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혜자가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개봉을 앞두고 관객에게 손편지를 전했다. 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15일 김혜자의 편지를 공개하며 “국민배우 김혜자의 찬란한 진심이 담긴 손편지 한 통이 여러분 앞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김혜자는 영화 언론시사회에 앞서 예정됐던 무대인사에 참석하지 못했고, 편지로 관객에게 작품을 택한 이유와 영화에 담긴 마음을 전했다.

김혜자는 편지에서 영화 속 두 소녀를 슬픈 역사의 장면으로만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 김혜자는 단짝 친구와의 시간을 기억하는 순옥을 연기한다. 영화는 순옥이 가장 찬란한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정임과 6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오는 21일 개봉한다.

개봉 앞두고 전한 손편지…“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는지도”

김혜자는 편지 첫머리에서 “오늘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니 조금 떨리네요”라고 적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했고, 영화를 보러 온 관객 앞에 서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며 귀한 시간을 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관객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편지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혜자는 15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무대인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배급사 측은 이날 김혜자가 감기로 무대인사에 불참했다고 전했고, 손편지를 대신 공개했다.

김혜자는 지난해 가을 송일곤 감독에게서 받은 편지의 문장을 소개했다. “순옥은 울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찬란하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믿는 사람입니다.” 김혜자는 이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고 썼다. 이어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기억해야 해요. 하지만 저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는지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적으며, 이것이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라고 밝혔다.

편지에는 송 감독이 보낸 글의 또 다른 문장도 담겼다. “제가 바라는 것은 한 장면의 연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재가 시간 위에 남는 순간입니다.” 김혜자는 감독이 전한 마음을 관객에게도 건네고 싶다며, 잠시 뒤 만나게 될 두 소녀를 “그저 아픈 역사의 한장면으로만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기억하지 않으면 잊히는 것이 있고, 오래전의 작은 빛도 잊지 않고 마음에 품으면 다시 사람을 비출 수 있다고 믿는다며 관객의 마음에도 작은 빛이 남기를 바랐다.

1942년 산골의 두 소녀와 60년 뒤의 재회

‘여전히 찬란하게’는 경상도 산골에 사는 순옥과 정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두 소녀는 1942년 서로 둘도 없는 단짝으로 지낸다. 나무를 베고 풀뿌리를 캐는 고된 노동을 함께하면서도 웃음과 꿈,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순옥 역은 박서경, 소녀 정임 역은 최주은이 맡았다. 영화는 이들이 살아가는 시절과 할머니가 된 뒤의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작품의 배경에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놓여 있다. 참고 기사에서는 태평양전쟁을 시작한 일본이 조선의 젊은 남녀를 강제로 끌고 가고, 그 일이 외딴 산골의 두 소녀에게까지 닥친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피해를 겪은 소녀들의 과거만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 그 시절을 기억하는 순옥의 현재도 다룬다. 김혜자는 할머니가 된 순옥을 연기하며, 차미경은 할머니 정임 역을 맡았다.

작품의 줄거리는 생애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한 단짝 친구를 6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순옥의 이야기다. 배급사와 영화 관계자들은 개봉일을 10월 21일로 안내했다. 송일곤 감독이 연출했으며, ‘오직 그대만’과 ‘거미숲’ 등을 선보인 감독으로 소개됐다. 영화의 제목과 인물의 관계는 김혜자의 편지에서 언급한 순옥과 친구의 시간에도 이어진다. 김혜자는 두 소녀가 겪은 고통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들이 어떻게 살고 싶어 했는지도 잊지 말아 달라고 관객에게 전했다.

‘길’ 이후 9년 만의 스크린 복귀

김혜자는 2017년 개봉한 영화 ‘길’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1961년 KBS 공채 탤런트 1기로 연기를 시작해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해왔으며, 송 감독은 김혜자가 쌓아온 연기와 작품 속 순옥의 시선을 연결해 설명했다. 송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는 김혜자가 연기한 순옥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인간에게 연민을 가진 따뜻한 시선이 필요했다. 김혜자가 65년 동안 수없이 쌓은 따스한 캐릭터에 순옥이 더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송 감독에 따르면 김혜자는 직전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이후 연기 활동을 더 하지 않고 쉬고 싶어 했다. 그는 김혜자가 “집 앞에 있는 들꽃처럼 가만히 있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송 감독은 식사를 함께하고 과거 촬영 이야기를 나누는 등 여러 차례 설득했고, 김혜자가 작품을 할 명분을 찾는 과정이 길었다고 설명했다. 김혜자는 손편지에서 감독의 편지에 적힌 순옥의 태도가 오래 마음에 남았고, 두 소녀의 고통뿐 아니라 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던 마음도 잊지 않았으면 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송 감독은 김혜자의 연습 과정도 언급했다. 그는 김혜자가 대사와 쉼표, 시선까지 반복해 연습했고 현장에 왔을 때 이미 캐릭터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작품에서 인물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기억하기 위해 클로즈업을 많이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송 감독은 “이 작품을 인물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클로즈업이 중요했다”며 김혜자의 얼굴과 표정, 누군가를 바라보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순옥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품으로, 김혜자의 현재 연기와 소녀 시절 인물들의 이야기를 함께 배치했다.

감기로 무대인사 불참…시사회와 기자간담회는 진행

김혜자는 15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앞서 송 감독과 함께 무대인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영화 측은 무대인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공지했고, 송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자가 감기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상영과 기자간담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김혜자는 현장에 직접 서는 대신 관객과 취재진에게 전할 말을 손편지에 담았다.

김혜자의 컨디션을 둘러싼 보도는 부산국제영화제 일정 이후에도 이어졌다. 김혜자는 10월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송 감독과 레드카펫을 밟았고, 8일에는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영화 야외무대인사에 참석했다. 당시 기침하는 모습과 이동 중 부축을 받는 모습이 보도됐으며, 배급사 측은 단순한 감기 기운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일정은 연령과 컨디션을 고려해 조절했다고도 밝혔다. 서울 시사회 무대인사는 취소됐지만, 이날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는 진행됐다.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김혜자와의 작업 경험을 전했다. 할머니 정임 역의 차미경은 촬영 현장에서 김혜자와 함께 상황 속으로 스며드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소녀 정임 역의 최주은은 김혜자가 촬영에 들어갈 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용기를 줬다고 밝혔다. 산골 마을 이장 곽씨 역의 조성하는 김혜자를 연기 부문의 인간문화재이자 소중한 보물이라고 표현했다. 송 감독은 김혜자의 클로즈업에서 표정과 시선을 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10월 2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김혜자는 손편지에서 관객이 영화 속 두 소녀를 아픈 역사의 한 장면으로만 바라보지 않기를 바랐고, 영화를 본 뒤 마음에 작은 빛이 남기를 소망했다.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편지는 김혜자가 작품에 참여한 이유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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