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종전안 논의를 위한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회담을 다음 달 6~10일 사이에 열자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롭 예턴 총리와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장소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동 정세에 따라 장소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회담 날짜가 확정될 것이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망과 달리, 크렘린궁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전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과 연쇄 통화한 핀란드·노르웨이 정상들의 움직임, 앞서 나온 3자 실무회담 관련 발언도 이어지는 가운데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에 5억 유로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안을 발표했다.
젤렌스키는 6~10일 제시…크렘린궁은 날짜 미정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턴 총리와의 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달 말까지, 가능하면 11월 6일에서 10일 사이에 이 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 측을 기다리고 있으며 선거 이후에 모든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중간선거 다음 날인 11월 4일께 미국이 회담 날짜를 확정할 것이라는 예상도 덧붙였다.
러시아 측은 날짜가 합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베스티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직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11월 중순, 11월 10일 무렵을 언급했지만 정확한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취재진에게 회담 재개 일정에 관해 “날짜가 정해지면 알려주겠다”라고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이 “조만간” 열릴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러시아 매체 인터뷰에서 “조만간이라는 말은 유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제시한 6~10일 일정 외에도 영국 매체 인터뷰에서 11월 10일 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서 그는 11월 1일 개최를 제안했지만 미국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담이 열리면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미·러·우크라이나 3자 종전 실무협상이 재개되는 것이라고 참고 보도들은 전했다.
아부다비 거론…유럽 대표 참석 여부도 쟁점
회담 장소는 아부다비가 우선 거론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동 정세에 따라 장소가 바뀔 수 있다고 밝혔고, 현재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아부다비를 유력한 장소로 언급하고 있다. 크렘린궁은 전날 발표에서 11월 초 아부다비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미국 3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한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장소와 시점에 대한 합의가 발표된 것과 별개로, 러시아는 구체적인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참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협상에 유럽 국가 대표를 초청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유럽 국가의 참여 가능성에 관해 “그들(유럽인들)은 표를 사면 그곳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협상 테이블에 초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는 러시아가 미국 측과 이 같은 협상 방식을 합의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와 다른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가는 것과 3자 협상 테이블의 구성은 별도로 다뤄지고 있다.
회담 형식과 의제에 대해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앞서 밝힌 입장이 있다. 그는 지난 25일 보도된 우크라이나 방송 인터뷰에서 “영토 문제라면 정상급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고, 그 밖의 사안은 실무 기술그룹 차원에서 가능하다”며 “이는 모두 11월에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실무 3자 회담에 나설 준비가 됐고, 이 회담은 반드시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유럽의 협상 참여를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한 실무그룹 회담과 정상급 논의의 구분도 협상 준비 과정에서 나온 설명이다.
실무회담 의제로 에너지 휴전·포로 교환 거론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주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했을 때 미국 측 대표단과 종전 협상 요구사항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너지 부문 휴전, 해상 운송로 확보, 곡물 문제 해결, 포로 전원 교환, 정상회담 개최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상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고서는 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영토 문제는 정상급에서 다뤄야 한다는 앞선 발언과 함께, 실무회담에서 논의할 사안과 정상 간 논의가 필요한 사안을 나눠 제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올레시키 지역의 국지적 휴전 제안도 최근 논의된 사안이다. 백악관이 27일부터 해당 지역에서 휴전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단 하루로 끝날 일이 아니라 며칠간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앞서 이 지역의 국지 휴전안을 다른 지역 합의를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3자 회담 재개가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제한을 뜻하지는 않는다고도 밝혔다. 이는 회담 재개와 군사작전 중단을 별개로 본 러시아 측의 기존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회담에 응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앞서 주장했다. 그는 11월이 되면 그 태도가 실제 협상 의지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참고 보도는 러시아와 미국, 중국이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에 앞서 아부다비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미국·러시아 대표단과 먼저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5억 유로 지원 발표…제재 강화 촉구
예턴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드론을 포함한 5억 유로, 약 7천5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지원안을 발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방공 미사일을 비롯해 무기 인도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유럽과 다른 지역의 파트너 국가들을 상대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 발표와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예턴 총리는 유럽과 미국, 다른 국가들이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은 “러시아 정권에 대한 제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혔다. 원문은 이 발언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푸틴 대통령과 ‘경유딜’을 체결해 러시아산 경유에 수출길을 터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했다. 네덜란드는 군사 지원과 무기 인도 관련 외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외교 접촉은 전날에도 이어졌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과 연쇄 통화했다. 크렘린궁은 전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을 목적으로 한 3자 회담 재개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측이 선거 이후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고, 러시아 측은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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