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발 가뭄에 파나마운하 통항 축소 (사진= 연합뉴스 제공)

지구 온난화와 맞물린 역대급 엘니뇨 현상으로 중남미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물류 요충지인 파나마운하는 수위 저하로 통과 선박 수를 줄이기로 했고, 온두라스는 국토 대부분에 가뭄 경보를, 페루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파나마운하청은 20일(현지시간) 엘니뇨 시기에 대비해 다음 달 초부터 일일 선박 통과 수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9월 4일부터 하루 통과 선박 수를 34척으로 줄이고, 9월 15일부터는 32척으로 추가 축소한다. 파나마운하의 하루 최대 처리 용량은 40척이다. 이번 조치로 글로벌 해상 공급망의 대기 시간이 늘고 운임 상승 압박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온두라스 정부는 19일 수도 테구시갈파를 포함한 전국 298개 지자체 중 234곳(약 80%)에 가뭄 경보를 발령했다. 이 가운데 피해가 가장 심각한 75개 지역에는 최고 수위인 적색경보를 선포했다. 나스리 아스푸라 온두라스 대통령은 같은 날 저수지 건설과 식량 지원 등 긴급 대책을 발표하며 "이번 위기가 내년 4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예주 고아스코란에 거주하는 마리아 콘셉시온 아길레라 씨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며 "과자 몇 조각으로 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곡창지대인 요로주에서도 옥수수와 콩 수확이 전멸 수준에 이르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엘니뇨가 불타는 지구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피해는 남미로도 번지고 있다. 페루 정부는 최근 가뭄과 폭우 우려로 전체 도시의 3분의 1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지난달 취임한 게이코 후지모리 대통령은 엘니뇨 대응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은 페루를 돕기 위해 2027년 2월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를 페루 태평양 연안에 파견하기로 했다. 버니 나바로 주페루 미국 대사는 "엘니뇨 피해가 정점에 달할 시기에 맞춰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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